귤 그리고 형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과일이 있다. 바로 귤!
원래 귤을 좋아하진 않는다. 아니. 있으면 먹는데, 굳이 내 손으로 사 오진 않는다. 장을 보러 가도 귤에는 손이 안 간다. 유별나게 좋아하는 과일이 아니어서일까. 아님 흔하고 싼 과일이라는 인식 때문일까.
그럼에도 매년 귤을 먹는다. 예식장으로 향하는 관광버스에서 나눠준 귤. 엄마가 사서 보내주신 귤. 장모님이 내 손에 쥐어주신 귤. 어느 모임에서 가져온 귤. 누가 보내준 귤. 누가 사온 귤….
그렇게 이번 겨울에도, 우리 집 한쪽에는 귤 한 박스가 있었다. 오랜만에 우리 집을 방문한 지인이 사 온 귤이었다. 워낙 가까운 사이라 빈손으로 와도 서로 민망하지 않을 텐데, 그 형은 굳이 귤 한 박스를 사들고 왔다. 받기 미안했지만 가까운 사이니까 편하게 받았다.
그리고 매일 저녁 귤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심심한 입에 귤을 넣었다. 새콤달콤함이 톡, 입안에 퍼졌다.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멈출 수가 없었다. 그 귤은 지나치게 맛있었다! 나는 손이 노래지도록 귤을 먹었다. 귤 까먹는 재미에 1월이 훌쩍 지나갔다.
먹으면 먹을수록 손끝이 노르스름 해졌다. 귤껍질에서 나온 과즙이 엄지와 검지 손톱 사이를 물들였다. 손을 씻어도 잘 빠지지 않았다. 노란 손 때문에 자꾸만 형이 생각났다. 형의 마음이 내 손에 기억되었다.
이제 귤은 딱 두 개 남았다. 오늘 저녁을 먹고 해치울 계획이다. 아쉽지만 형의 마음을 남김없이 먹어 치울 것이다. 그리고 내일 내 손으로 귤 두 박스를 살 거다. 이제 그의 손이 노래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