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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Feb 21. 2020

그땐 왜 몰랐을까

소중한 시간들이었다는 걸

시간이 부족하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해야 하는 일도 많다. 나이가 들수록 챙길 것이 늘어만 가는 느낌이다. 가족, 생계, 건강 등. 불과 몇 년 전엔 내가 신경 쓸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예전에는 누군가 챙겨주고, 그래서 당연했던 것들. 이제 이것들은 나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게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싶기도 하다.


조금씩 세상을 알아갈수록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진다. 그동안 너무 좁은 세상을 살아왔나 싶다. 그래서 책 하나를 읽으면 다른 책을 더 읽고 싶다. 이걸 도전하면 또 저걸 도전하고 싶다. 그런데 역시 시간이 부족하다.


물리적 시간의 한계에 부딪히자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던, 무한할 것만 같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대학 시절에는 시간이 많았다. 수업 시간 이외엔 거의 모든 시간이 자유였다.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허비해버렸다.


대학 졸업 후 십 년이 지난 지금, 전공에 대한 약간의 기억과 졸업장만이 남아있다. 그곳에서 4년 간 나는 무얼 했나. 술을 줄였더라면, 티브이 보는 시간을 줄였더라면,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만 줄였더라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도서관부터 가고 싶다. 지금 읽고 싶어도 못 읽는 책을 옆에 쌓아두고 읽고 싶다. 전공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글도 많이 쓰고 싶다. 그땐 몰랐지만, 그 시절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생각할수록 아쉽고 아깝다.


작년 말. 뒤숭숭한 마음에 소중한 그 시절이 다시 그리워졌다. 너무나 후회했다.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에 초조함도 들었다.


다신 오지 않은 소중한 젊은 날을 허비한 내가 미웠다.


그러다 생각이 다른 곳으로 미쳤다. 어디서 들은 말인데,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 지금이란다. 그러니 지금은 살아야 한단다.


과거를 후회한다면 지금부터라도 후회할 짓을 안 하면 된다. 지금 당장 변하면 된다. 안 그러면 미래에 또다시 지금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 이 시간의 가치를 평가 절하한다.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결정적인 시간이었는지, 지나고 나서야 알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앞으로의 시간이 있으니까. 앞으로의 시간도 충분히 소중하고, 먼 미래의 내게 결정적인 시간일 테니까.


내가 십 년 전 그때를 후회하듯이, 십 년 후 지금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앞으로의 십 년을 살았으면 좋겠다.




|커버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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