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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Feb 07. 2020

당신이 직장에서 호구인 5가지 이유

아니 왜 나한테만 그래?

정말 왜 그러는 걸까?


왜 사람들은 나한테만 뭐라 하고, 나에게만 힘든 일이 떨어지는 걸까? 부탁할 사람이 나밖에 없는 걸까? 내가 만만해 보이는 걸까? (아마도 확실하다.) 하긴. 내가 봐도 나는 물러 터진 사람이다.


일보다 사람이 힘들다고들 한다. 일이야 시간을 들이면 언젠가 끝나지만, 사람 때문에 힘든 건 끝이 없다. 내가 프리랜서를 꿈꾸는 이유, 당신 품속에 사표가 있는 이유, 우리의 직장 생활이 힘든 이유는 비슷하지 않을까. 모두 '사람' 때문일지 모른다.


그 '사람'들만을 탓하다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혹시 내 잘못은 아닐까?


이 사람도 그러고 저 사람도 그렇다면… 내게 문제가 있을 건 아닐까. 그래. 내가 그런 상황을 만든 건 아닐까? 사람들이 나한테만 그러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호구가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1. 나의 '일'을 나도 몰라서 그렇다.


부탁이 될 수도, 협조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부탁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일을 떠넘기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당신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1) 자신이 업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2) 자신의 업무 한계를 스스로 정해야 한다.


멍하니 시키는 일만 해서는 호구되기 십상이다. 자신의 직무를 스스로 정의해보자. 나는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내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직장에서 부여하는 직책의 명칭과 나열된 업무가 있을 테다. 여기에 자신의 철학을 담아 나의 '일'을 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2. 적절하게 거절하지 않아서 그렇다.


자신의 '일'을 정의했다면 내가 할 일하지 말아야 할 일이 조금씩 보일 것이다. 직장에서 내가 할 일을 스스로 찾는 기적이 일어날지 모른다. 더 중요한 기적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보는 눈을 갖추는 거다. 타인의 부탁이 협조인지 '업무 토스'인지 구분해야 한다.


만약 타인의 부탁이 적절하지 않다면? 거절해야 한다. 적당하게 거절하고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 거절하지 않는다면 그 일은 계속 당신에게 갈 것이다. 한 번 물꼬를 튼 업무의 방향을 바꾸긴 힘들다. 애초에 거절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감정 소모도 덜 하다. 좋은 마음으로 수락했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수가 있다.



3. 지나치게 이것을 남발해서 그렇다.


당신은 혹시 직장에서 이것을 지나치게 남발하진 않는가. 웃음과 예스(yes)를 말이다. 사실 거절이 쉬운 일은 아니다. 거절의 관성이 붙지 않는 사람, 남이 시키는 대로만 살아온 나 같은 사람에게 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거절을 해야 하는데, 거절이 힘든 상황이라면?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일단 대답을 유보하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쓰읍. 음…. 아…. 어…."


대뜸 네 알겠습니다, 하는 게 아니라 일단 뜸을 들이는 것이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거부의 감정을 느낄 것이다. 예스맨들에게는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사람이 어려워 일단 예스를 외치는 사람들은 계속 그래야 한다는 걸 기억하자.


이것도 어렵다면. 웃음이라도 거두자. 얼굴에 웃음이 만발하여 이 업무 저 업무를 받아오는 사람에겐 더 많은 업무가 떨어진다. 정말 좋아서 하는 줄 안다. (당신이 정말 좋아서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분위기를 통해서라도 알게 해주자. 나는 희희낙락한 사람이 아님을.



4. 오로지 조직만을 생각해서 그렇다.


직장에게 고맙다. 나의 생계를 유지해주는 고마운 직장. 그러니 직장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 축하한다. 이제 당신은 같은 월급 받고 더 많은 일을 하는 영광을 누릴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속한 조직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성과도 내야 한다. 이런 압박에 못 이겨 종종 무리수를 두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잘못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건강과 시간과 그동안 이뤄놓은 모든 것을. 주변의 과로사(過勞死)를 목격한 이들은 공감할지 모르겠다.


그러니 조직도 살고 나도 사는 길을 찾아보자. 나같이, 소심한 사람들에게는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부터 생각하라고. 조직 이전에, 일 이전에 나부터 생각하자. 무조건 이기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라는 게 아니다. '일' 이전에 그 일을 하는 나라는 '사람'을 생각하자. 이것은 지속 가능한 직장 생활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5. 아무런 협상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


정말 원치 않는 걸, 어쩔 수 없이 맡게 된다면? 크고 작은 협상이라도 하자. '쿨하게' 그냥 일을 받지 말자. 연봉이나 직무에 대한 협상도 좋고, 인센티브도 좋다. 기브 앤 테이크가 필요하다. 바보처럼 가만히 있으면, 3년 치의 일을 1년 만에 하는 경우가 생긴다. (당해본 사람의 이야기다. 진짜다!)


얌체 같은 게 아니라 현명한 거다. 자신을 어필하고 의견을 피력하는 게 필요하다. 당신의 노력과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당신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노력에는 응당한 대가가 따라야 한다.




너무 불만을 쏟아냈나 싶다. 나의 어리숙함과 호구 같은 모습 덕분에 직장에서 좋은 평판(?)을 얻긴 했다. 근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은, 어떤 이들에게는 기댈 구석이 되었다는 데 조금의 위안을 삼는다.


말없이, 그저 묵묵하게, 시키는 일만 하면 안 된다. 짧은 직장에서 내가 느낀 점이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나 때문이다. 타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 이전에, 나를 돌아본다.


나와 당신의 행복한 직장 생활을 응원한다.




https://brunch.co.kr/@banatto/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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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사진|

Pixabay

lukasbi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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