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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Feb 28. 2020

어른들이 담배를 태우는 이유

"담배 태우나?"


사회에 나와서 종종 듣는 질문. 호구 조사를 하듯, 남자 어른들은 이렇게 묻는다. 나는 변명의 여지없이 아뇨, 라고 대답한다. 자주 들어서 그런지 자동으로 대답이 튀어나온다.


담배를 피워 본 적 없다. 한 번 빨아본 적은 있는데 술에 취한 아빠가 기분 좋게 건넨 장난이었다. 쓰읍. 콜록. 이걸 왜 펴? 아빠는 허허 웃었고, 나는 베란다를 빠져나왔다. 그것이 처음이었고 마지막이었다.


군대에선 담배를 피울 뻔했다. 2개월 간 소초에서 꼼짝없이 전방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근무가 끝나도 내려올 수 없었다. 소초에서 먹고 자고 했다. 당연히 그곳은 꽤 무료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그곳의 군인들은 근무 후 탁구와 흡연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다.


근데 난 담배를 피워 본 적 없었다. 담배를 피우는 군인들 사이에서 멍하니 있었다. 간접흡연을 하면서 직접흡연을 고민했다. 모두가 피우는 그곳에서 피우지 않는 내가 유별나 보였다. 담배를 하나 물면 군 생활이 더 나아질 것 같았다.




지금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나에게 담배는, 누구의 말마따나, 구름과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흡연자들의 취향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당연히 그들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다 한숨이 늘어가고 걱정이 쌓이고, 조금은 어른에 가까워졌다 느꼈을 때. 어른들이 흡연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어느 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운전석에 앉아 한숨 쉬는 나를 발견했는데, 정말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 순간, 하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담배를 태우며 연기를 내뱉는 사람들의 모습.


그 이미지 속에서 넥타이 맨 회사원들이 말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들이 쭈욱 빨고 후우 내뱉는 연기는 나의 깊은 한숨과 닮은 데가 있었다. 그들과 나는 분명 닮은 데가 있었다.


어쩌면 어른들은 담배가 아닌 한숨을 위해, 한숨을 내뱉을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담배를 피우는 건 아닐까. 이 시대의 금연을 방해하는 건 니코틴 중독이 아니라 삶의 고단함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며 쓴웃음을 태웠다.




|커버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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