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신도 면접은 어렵다
난생처음 면접을 경험했다. 지원자가 아닌 심사 위원으로 말이다. 내가 경력이 충분하거나, 인재를 한눈에 알아보는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날 그 시간에 마땅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 자리에 앉기에 큰 결격사유가 있지도 않았다.
면접 지원자는 2명이었다. 그들의 자기소개서와 지원서를 훑어보았다. 하나는 짧지만 확실하게 자신이 지원한 이유와 해당 직무에 대한 철학을 썼고, 다른 하나는 좀 길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썼다. 겨우 2개의 지원서를 훑어본 게 전부지만 후자의 지원서는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초짜 심사 위원은 짧고 명쾌한 지원서를 더 마음에 들어했다.
사실 지원서를 읽기 전까지만 해도 안일한 생각을 했다. 면접 심사 위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지 못했다. 고백하자면 '면접 심사 체험'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원서에 보이는 그들의 열의는 내게 죽비(竹篦)를 내리쳤다. 이 자리가 그들의 소망이자 삶의 일부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면접장에 들어가 자리를 정돈하고 심사표를 받으니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내가 속한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정확히 설명하기 힘든 뭔가가 마음에서 생겨났고, 내 자세가 달라졌다. 괜히 옷매무새를 바로 했다. 약간의 자부심과 건방짐도 장착되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떠올랐다.
면접의 방향과 위원들의 역할을 나누었다. 선배이기도 한 베테랑 위원들과 함께여서 든든했다. 채점 심사표와 질문 예시 자료도 제공 받았다. 추측컨데, 다른 면접 시험도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드르륵. 곧 지원자가 들어왔다. 면접장의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그 무거움은 앉아있는 위원들보다, 저기서 걸어오는 지원자를 더욱 무겁게 짓누를 것이 분명했다.
지원자가 많지 않았기에 오래 걸리진 않았다. 나는 객관적인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위해 노력했다. 상대를 난처하게 하는 질문보다는 그들이 직무에 필요한 지식과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 질문했다.
겨우 한 번의 면접을 진행한, 일회성 심사 위원이었지만. 그리고 겨우 2명의 지원자를 평가했지만. 면접 평가자로서의 경험이 지원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면접이 처음인 독자들을 위한 팁(Tips)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취준생 등 면접이 처음인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면접 위원들은 천편일률적인 지원서에 싫증을 느낀다. 뻔한 지원 동기와 학창 시절 이야기, 지나치게 늘어지는 글을 읽고 싶어 하는 이는 많지 않다. 더구나 지원자 수가 많다면 읽는 이의 피로도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글의 양보다는 자신만의 차별성,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요점을 빨리 제시하는 두괄식 구성으로 승부하자. 꼭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자신의 업무에 대한 철학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면 성공이다. 짧은 시간 안에 심사 위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자기소개서에 대해 고민해보자.
면접을 위해 않아 있는 분들은 나름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진 분들이다. 조직에 해가 될, 부정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지원자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따라서 심사 위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첫인상은 3초 안에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단정한 용모, 미소를 머금은 얼굴, 차분한 말투가 중요하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포기할 순 없다. 미소와 차분함을 유지하기 위한 연습을 하자.
모든 면접 시험에는 객관적인 평가, 평가의 수치화를 위한 도구가 존재할 것이다. 심사 위원의 입장이 되어 채점 심사표를 구상해보고 질문을 예상해보자. 해당 기업의 비전, 인재상, 합격 후기 등을 통해 심사표를 만들어보고 여기에 맞는 질문을 예상해보자. 기출되었던 문제를 살펴보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모든 지원자는 동일한 선에서 출발한다. 내가 명문대를 졸업하지 못했다고 주눅들지 말자. 요즘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스스로를, 가능성을, 열정을 믿자. 이 역시도 연습이 필요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연습하자. 당당함과 자신감을 연습하자.
내가 회사의 대표라면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 그리고 나는 이 질문에 적합한 인물인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자. 면접 심사 위원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자. 부족함이 느껴져도 괜찮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은 언젠가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면, 친구나 가족에게 부탁하여 모의 면접을 해보자. 의외로 내가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면접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는 자리가 주는 중압감, 처음보는 사람들과의 어색함, 불합격의 기억까지. 대부분의 면접 경험은 썩 유쾌하지 않다. 면접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 짧은 면접으로 얼마나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까? 평가의 기준은 합리적인가? 첫인상과 외모가 주는 편견에서 심사자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 사람을 평가하는 자격은 누가 부여하는가? 하지만 면접을 피해 갈 수 없다면 부딪혀보는 수밖에.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는 것만 같아 면접을 진행하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처음이어서, 정답이 없어서 면접은 더욱 어려웠다. 지원자들은 오죽했을까. 그렇다. 나도 당신도 면접은 어렵다. 우리 모두는 면접이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더 당당해도 되지 않을까.
*부족하지만 <일간 서민재> 연재를 시작합니다. 작가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게 아무튼 뭔가 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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