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내게 알려준 것
이렇게 일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다.
평일 오후 2시에 걸려온 엄마의 전화. 전화기를 들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밤이 되어야 퇴근하는 엄마가 이 시간엔 웬일이지 하고 전화를 받았다. 엄마에게 무슨 급한 일이 있나 싶었다.
"응, 엄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아드~을. 엄마 퇴근해."
엄마에게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엄마가 일하는 곳은 식당에 온갖 판매용 고기를 납품하는 곳이다. 작업량이 많아 매일이 잔업이다. 힘든 몸으로, 빨라야 저녁 7시에 끝나는 직장에 다니는 엄마에게 이제 그만 일하고 쉬세요, 라고 말씀드리던 나였다.
그런데 오후 2시 퇴근이라니. 엄마의 몸이 편해질 거란 생각에 반가웠다.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수화기 너머 바람소린지 엄마 숨소린지 모를 거친 소리를 들으며 물었다.
"뭐라고? 엄마가 왜 이 시간에 퇴근을 해요?"
"아! 일이 없어, 일이!"
엄마에게 일이 없다는 건 거래처에서 고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 식당에 손님이 없다는 것. 평소에도 엄마의 하루 작업량을 통해 경기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고, 엄마는 말했다.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다.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이런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전국 초중고의 4월 개학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산업과 무역은 물론이고, 종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천주교는 236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의 모든 미사를 중단했다. 엄마의 2시 퇴근은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전쟁이 아니고서야 경제가 이렇게 마비될 수 없다고 한다. 실제 우리는 전쟁 중이다. 방역과 치료를 위한 전쟁이 진행 중이란 걸 누구나 안다. 최근 임관한 간호장교들은 계급장을 달자마자 대구로 향했다. 기업들은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상황을 더욱 엄중히 여기며 새로운 기업 전략을 수립 중이다. 가정에서는 육아 전쟁, 상인들은 생계유지를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월급쟁이 하길 잘했다며 안도하기엔 너무나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모두 취소다. 올스톱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내가 이래저래 취소한 모임만 해도 수백만 원의 경제 가치이다. 졸업식, 입학식 등 각종 행사의 취소로 무너져 가는 화훼 농가 돕기도 한창이지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몰라 마음이 먹먹하다.
우리가 이토록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경제 순환, 뭐 이런 얘기를 많이 듣긴 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한 사람의 고통이 다른 사람의 눈물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우리의 연결성을 체감했다. 경제 측면에서도 그렇고, 우리의 평범한 일상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개인, 단체, 지역, 그리고 국가까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다만 경쟁의 심화 속에서 상생의 가치를 잠시 잊었던 것이다.
혼자만 살고자 하면 안 된다. 다 같이 잘 살아야 한다. 나 혼자 잘나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듯, 나만 잘나서 헤쳐나갈 수 없는 세상이다. 지금의 위기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커버 사진|
정철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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