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 생긴다
어느 기자가 한 유명 인사에게 물었다.
"최근 불거진 이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기로 이름난 그 유명인은 이렇게 답했다.
"그 문제에 대해선 뭐라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왜냐하면 아직 거기에 대해 한 번도 글을 써보지 않았거든요."
원하던 얘기가 아니어서 그 기자는 실망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가십거리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무엇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글쓰기와 사고 방법의 관계가 그것이다.
나는 바보였다. 생각도 의견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을 따라다니기만 했다. 누군가 발로 찬 오뚝이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공허한 시간들로 삶의 많은 부분을 채웠다.
오뚝이가 중심을 잡은 건 글쓰기 덕분이었다. 글을 쓰면서 조금씩 생각의 근육이 생겼다. 나도 의견이라는 게 생겼다. 글쓰기 이전에는 책 읽기, 책 읽기 이전에는 메모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글쓰기였다. 덕분에 오랫동안 흔들리던 시간들이 나름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야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려면 필연적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 대단하든 사소하든, 생각 없이 글을 쓸 수는 없는 법이다. 글을 쓰다 보면 문제가 명확하게 보인다. 운이 좋다면, 글을 쓰다 부족한 자신의 생각을 메꾸기 위해 책을 펴는 기적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읽지 않고 쓸 수는 없기에.
혹시 잦은 말실수 때문에 고민이라면, 글쓰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냥, 바로 내뱉는 말에는 편견과 선입관이 개입되기 쉽다. 글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말의 불순물을 정제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선거와 인기를 위한 '관심 끌기'인지 몰라도, 정치인들의 말실수 그리고 연예인들의 에스엔에스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에게도 글쓰기가 필요한 건 아닐까.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 때문에, 답이 없는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한가? 삶의 방향성 때문에 고민인가? 그렇다면 일단 적어보자. 휘발되는 생각의 끄트머리를 잡고 산발적으로 퍼지는 머릿속 생각을 글로 붙잡아두자. 글을 써야 생각이, 의견이, 삶이 생긴다.
글쓰기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아주 좋은 도구라는 것을, 그 유명인은 에둘러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커버 사진|
Pixabay
Pexels
https://brunch.co.kr/@banatto/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