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하다. 어제 먹은 욕의 쓴 맛이 아직 혀 끝에 맴돈다. 쓴 기운이 가시지 않는 걸 보면 분명, 이번 치욕은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고들 했다. 그러니 직장에서 욕을 먹어도 이는 내 발전의 자양분이다. 니체도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상하다. 입에 쓴 게 몸에 좋은 걸까, 몸에 좋은 게 입에 쓴 걸까? 이 둘 사이에 진지한 인과 관계가 있긴 한 걸까? 몸을 위해 입과 혀를 그렇게 혹사시켜도 괜찮은 걸까? 쓴 약을 계속 먹다보면 정신 건강에는 해롭지 않을까….
그들은 이야기한다. 참고 버티라고. 좋은 날이 온다고. 가루약 먹이고 사탕 한 알로 혀속임을 하듯이. 하기야 그들이 만든 시스템이니까.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고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해야 할 테니까.
이제는 넘어가지 않으려 한다. 입에 쓴 것이 무조건 몸에 좋다는 논리를 믿지 않으려 한다. 대신 쓰지 않으면서 몸에도 좋고 정신 건강에도 좋은, 그런 것을 찾으려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기로 했다. 이것이 나에게 충실한, 나에게 솔직한 방식이라 믿는다. 타인의 눈치 대신 나의 내면을 살피는, 나를 진정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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