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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Mar 24. 2020

굳게 닫힌 도서관에 다녀왔다

도서관에 다녀왔다. 굳게 닫혀 있는 그곳은 여전히 휴관 중이다. 꼬박 한 달이 넘었다. 지역의 확진자 2명이 생기고 무기한 휴관 조치를 결정한 지.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도서관은 그 기능을 상실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대출·반납 서비스는 물론이고 출입 자체가 금지다. 황량한 그곳을 찾는 이는 거의 없는데, 인적이 드문 곳을 찾다 도서관 주차창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벤치에서 졸고 있는 어르신 정도가 그들이다. 아니면 나처럼, 허전한 마음에 괜히 가보거나.


덩그러니 놓인, 하지만 웅장한 도서관 건물을 보며 생각한다. 아무도 찾지 않으면 그 존재의 의미가 없어지는구나. 사람도, 사물도, 장소도, 다른 모든 것들도.




도서관이 이렇게 한산한 적 있었을까? 지난여름, 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던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려던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다 집에 있겠지. 집에서 뭘 하고 있을까. 아마 다시 이곳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겠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한 친구는 독서실이 불안해 집에서 공부하는데, 영 집중이 되지 않더란다. 택시 운전을 하는 어느 가장은 손님이 너무 없어 매일 고민이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태우는 게 나은지, 기름값을 아끼는 게 나은지 모르겠단다. 우리는 모두 나름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쓸데없이 궁금하다. 휴관 중인 도서관 직원들의 일상은 어떠할지. 재택근무에 잘 적응하고 있을지. 도서의 대출과 반납이 중지된 현재의 상황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비대면 도서 대출과 멈춰버린 각종 프로그램의 대안을 고심하면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조금은 늘었는지.




우리는 쓸쓸한 도서관과 한적한 거리를 보며 예전처럼 나름의 일에서 의미를 찾는 시간들을 기다리고 있다. 바쁘지만 활기찬 시간들을. 너무나 힘들지만 삶의 본질에 더욱 집중하는 계기가 될 거라,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는 기회가 될 거라, 그런 시간들일 거라 믿는다. 지금의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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