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 건가?
쉬고 있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야 제대로 된 하루를 산 거 같다. 달리지 않으면 뒤쳐지는 느낌이다.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올라가려는 사람처럼.
그 위에 내가 있다. 달려야 할까, 말아야 할까. 가만 있으면 뒤쳐질게 뻔하다. 나는 뒤쳐지고 싶지 않다. 조금 더 빨리 뛰면 남보다 앞서 나갈 수도 있을 거다. 에스컬레이터 운행 방향을 거스르는 건 위험천만한 짓이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성공하는 법이라고 누가 그랬다. 그래서 달렸다.
한참을 달리는데 갑자기 드는 의문.
그런데 이 에스컬레이터는 어디로 연결되는 거지?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게 맞긴 한거야? 아니 그전에. 내가 원하는 곳은 어디지? 내 바라는 삶의 종착지는 도대체 어디 붙어있는 거야? 나도 모르겠다.
확신이 서지 않아 뒤돌아 내려왔다. 내려오는 건 한 순간이다. 그리고 다시, 에스컬레이터 출발 지점에 섰다. 먼저 내가 향하고 싶은 곳부터 알아야겠다. 나의 꿈 속 어딘가. 그리고 그곳으로 나를 인도해 줄 에스컬레이터를 찾아야겠다.
역방향 에스컬레이터도 좋다.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줄수만 있다면. 올라가다 정방향으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남들이 뭐라든 일단 한발짝 옮겨보자. 에스컬레이터 거스르기보다 두려운 건, 나를 거스르는 일이니까.
에스컬레이터 옆에 계단도 있으려나. 어쨌든 말이다. 길은 반드시 있다. 어딘가엔 무조건 있다. 어디가 되었든 언제가 되었든 나는 나의 길은 찾을 것이다. 가만히 안주할 사람이 아님을 안다. 내가 알기로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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