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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Dec 22. 2020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새해를 기다리며

2020년 제발 안녕

네덜란드에서는 1월 1일을 맞이해 불꽃놀이를 한다. 일 년 중 유일하게 길에서 폭죽, 불꽃놀이가 허가된 날이다. 그래서인지 전 국민이 하루 종일 폭죽을 터트린다. 특히 1월 1일 0시에는 사방팔방에서 불꽃이 터져 장관인 풍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폭죽 터지는 소리는 시끄럽고 전쟁 난 것처럼 무섭기까지 하다. 그리고 위험하기도 하다. 작년엔 이웃집에 불이 나 소방차가 출동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 그리운 전통이 되었으니, 코로나 덕분에 정부에서 올해는 불꽃놀이를 금지한다고 일찌감치 공표한 것이다. 


올해 1월 1일에 나는 파티에 갔었다.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많은 사람들에 북적북적했다. 넘치는 에너지와 젊음, 즐거움을 만끽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불과 몇 주후부터는 파티는커녕 단체로 모이지도 못할 거라곤 예상도 못한 채. 


그리고 1월 말엔 이직하려던 회사의 면접을 보러 베를린에 다녀왔다. 오프라인으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여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는데, 그 이후에는 전면 재택근무로 전환되고 면접도 모두 온라인이다. 그것도 이젠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올해는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시작부터 코로나 발병으로 혼란스럽더니, 뭐 하나도 계획하기도 실행하기도 어려웠다. 전반적으로 내 맘처럼 되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고, 건강하다는 것, 생업에 큰 타격을 입는 업종이 아니라는 것에 그나마 감사한다.  


하지만 외부 상황은 혼란과 두려움의 연속인 와중에 내 내면은 한없이 갑갑했다. 뭔가를 하고 바삐 시간을 보내면서도 모가 잔뜩 난 채로 굴러가는 듯한 날들이 많았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내가 할 수 없는 건 어차피 없었다. 그래서 억지로 가긴 가려는데, 내 모서리가 여기저기 계속 부딪쳐 힘겨웠다. 나 자신을 조금씩 깎아내며 어떻게든 맞춰보려 했는데 힘에 겨웠다. 그렇게 조각난 하루들이 모여 일주일, 한 달이 지나 일 년이 가버렸다. 2020년이 이제 열흘도 안 남았다. 결국, 잘 굴러온 걸까? 이게 최선이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겠다. 그저 올 해를 어서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새해가 더 기다려진다. 어서 2020년에 작별을 고하고, 새해엔 좋은 일들을 맞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으로. 더 둥글어져야겠다. 늘 내 맘대로 내 계획대로 되는 일들만 있을 순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마주하기 싫은 현실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최악은 아니다. 적어도 아직은 나쁘지 않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나와 세상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 중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결국 내가 감당할 몫이다. 모가 난 채로 쿵쿵 부딪치며 갈 건지, 멈춰 있을 건지, 어떻게든 굴려볼 건지...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할 내 시간이다. 


다가오는 새해는 차분하게 맞을 것이다.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지만, 2021년의 시작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맞이하고 싶다. 어디 한번 해봅시다, '잘' 한번 해봅시다.


@Rakicevi Nen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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