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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Dec 29. 2020

너를 알고 싶어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방법 

나는 깊이 있는 대화를 좋아한다. 겉돌기만 하는 얘기는 재미가 없다. 내게 깊이 있는 대화라 함은 뭔갈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는지 같다. 새로운 지식이나 세계에 대해 간접적으로 배우거나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서로에 대해 더 알게 된다면 이상적이라 느껴진다. 그리고 모두가 즐겁고 성의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주제면 좋겠다. 하지만 새로 알게 된 사람들,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는 가벼운 대화가 꼭 필요하다. 피상적일지라도 서로 괜찮은 사람인지 파악하고 서로의 거리를 좁히도록 해준다. 그리고 나서야 마음을 열고 심도 있게 대화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내가 피상적인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마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것들, 티브이 프로, 유튜브 등 트렌디한 주제로는 대화에 잘 참여하지 못한다. 심지어 나도 보는 드라마인데도 얘기를 못할 때도 있다. 이런 고민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친구에게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데이브 커펜 작가가 쓴 책인데 일상에서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 이런 피상적 대화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질문의 기술이 나오는데 나에겐 가장 와 닿았다. 가볍게 던질 수 있지만 너무 가볍지는 않은 질문들이다. 핵심을 파고들지는 않지만 그 사람의 삶, 가치관, 성격 등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준다. 자기 얘기를 자연스레 하게 되니 부담스럽지 않고 겉도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책에 나온 질문 중 몇 가지를 적어보면 이렇다. 


현재 일적인 부분에서 가장 재밌는 일 한 가지는?
현재 사적인 부분에서 가장 재밌는 일 한 가지는?
경제적인 제약이 없어진다면, 오늘 당장 무얼 하고 싶은지?
5년 후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뭘 하고 있을 것 같은지?
롤모델이 누구인지? 그 사람인 이유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사실만을 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사이트가 가미된 얘기를 하니 대화의 깊이가 생긴다. 그리고 만약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공통 주제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나는 전혀 모르는 업종에서 일하더라도 재밌는 부분은 비슷할 수 있다.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됬다거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다거나 등등. 올해는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지 못해 많이 실천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냥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대화가 막힐 때쯤 한두 가지를 꺼내 화두를 던져 보았다. 굳이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라도,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도 흥미로운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어떤 대답을 할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저자는 자기의 성향과 관심사를 반영해 자기만의 질문도 만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질문은 <제일 좋았던 여행지, 가장 가보고 싶은 곳과 그 이유>다. 여행지 얘기를 듣는 것은 늘 흥미롭다.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를 들어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도 미약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다. 그 사람의 경험에 대해 한껏 듣고 나면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또 한 가지 내가 시도해보고 있는 것은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하고 싶은 얘기와 질문 몇 가지를 준비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람을 처음으로 소개받는 자리가 있다면 철두철미하게 준비 하기 마련이다. 그 사람의 배경이나 프로필을 미리 확인해보며 나와의 연결고리를 찾고, 만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대화의 흐름을 구상한다. 사적인 자리에서 지인을 만날 때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하지만 각자 삶이 바빠질수록 전처럼 자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그러니 마주 앉아 대화하는 시간만큼이라도 더 즐겁게, 더 끈끈히 연결되고 싶다는 바람이 커졌다. 


뭐, 준비 까지라니.... 너무 오버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그냥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시간만큼이라도 투자해 지난번 만났던 날이나 메신저로 했던 대화를 되짚어본다. 짧게나마 그 사람을 생각하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도 미리 떠올려보고, 또 상대방에게 관심을 보이며 물어볼 수 있는 꼭지 몇 가지를 정리해둔다. 그렇게 하면 나도 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마음의 준비가 된다. 물론 이런 준비 없이도 자연스럽게 즐거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면 그게 제일이겠지만. 나라는 사람은 덜 발달된 사회성을 다독이며 공들여야한다는 걸 잘 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내 약점인 겉도는 대화도 조금은 피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며,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 내게 더 좋다. 


<어린 왕자>의 여우는 오후 네시에 어린 왕자가 온다면, 오후 세시부터 행복해진다고 했는데. 나도 행복해지고 싶은 기대로 오후 세시부터 그 사람을 생각한다. 그 사람을 더 잘 알고 싶은, 더 의미있는 대화를 하고 싶은 나의 작은 노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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