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의(脫衣)

by 반디

자연이 계절 옷을 갈아입고 있다

싱그럽던 풋풋한 연초록에

빨갛게 지는 노을과

샛노란 태양을 삼키고

깊은 밤을 더하고 더해

검버섯 앉은 묵은 갈색으로


사람들이 계절 옷을 갈아입고 있다

순수하고 티끌없이 맑은 흰색에

붉게 물든 수줍음과

연분홍 사랑을 삼키고

쪽빛 청초함을 더하고 더해

세월을 얹은 묵은 와인색으로


세겹에서 두겹

두겹에서 한겹

자연의 계절은 가벼워지고


한겹에서 두겹

두겹에서 세겹

사람의 계절은 무거워지고


그렇게 또

자연의 계절은 무거워지고

사람의 계절은 가벼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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