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중식이 무료가 되면서
고사 기간에도 아이들 점심을 먹여 보내게 되었다.
시험 치고는 아이들이 학교를 곧장 떠나 밖이나 집에서 먹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잔반 방지를 위해 아이들에게 점심 급식 수요 조사를 미리 받는다.
이번 중간고사에도 몇이나 밥을 먹을까 싶어
아침 조례 시간 아이들에게 손을 들어 보라고 했다.
"시험 기간 밥 먹고 갈 사람?"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얘들아, 너희 아침은 먹고 오니?"
사실 우리 반 아이들이 아침을 먹고 오는지
안 먹고 오는지가 궁금해서 한 질문이라기 보다는,
우리 집 아이 초등학교 들어가면 밥을 챙겨줘야 되나,
안 챙겨줘도 되나 싶어서 물어봤다.
'먹어요.', '안 먹어요.'
분분하길래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여기저기서 쑥쑥 손이 올라온다.
웬걸~
신기하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다 먹고 온다.
우리 반만 그런가 싶어서
옆반, 그 옆반, 또 그 옆반 가서도 해봤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거진 아침을 먹고 온다.
백프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침을 먹고 등교하는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들이 많았다.
아침을 먹지 않고 등교하는 아이들 중에서도
학교 생활 잘하고, 공부 잘하고, 인사도 잘하고 그런 아이들 당연히 많다.
하지만 아침을 먹고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이 그런 아이들이었다는 이야기다.
흠.. 고민이 된다.
우리 집 아이는 어쩌지?
지금은 우리 집 아이 아침을 시어머니께서 출근하시며 챙겨 주신다.
할머니와 멀리 살 때는 시리얼에 우유 말아 먹고 갔는데
할머니 가까이로 이사한 후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소고기 주먹밥과 정성스레 깎으신 과일을
예쁜 그릇에 담아 먹고 간다.
그덕분인지 할머니랑 멀리 살 적
그토록 가기 싫어하던 기관을 이제는 씩씩하게 잘 다닌다.
내년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면 다시 할머니 곁을 떠나게 된다.
시어머님의 도움을, 할머니의 정성스런 아침을 받을 수 없다.
아침 기상 시간을 더 땡겨서
아침 밥상 대령할 시간을 만들어야 하나
갑자기 밥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찬다.
엄마들께 묻고 싶다.
"귀댁의 자녀는 아침을 먹고 등교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