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경영학과 진학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IMF 금융위기를 경험한 세대다.
IMF 금융위기로 아빠가 다니던 직장을 잃으셨고
우리 엄마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장사를 하며 자식 셋을 어렵게 키우셨다.
그 여파가
내가 대학에 진학하려던 때까지 이어져
미래를 읽지 못했던 나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범대를 택했다.
사회 교과를 더 좋아했지만
국영수 교과 교사를 그나마 더 많이 뽑던 때라
국어교육과를 선택했다.
나는 그렇게 고등학교 국어 교사가 되었다.
내가 교사가 된 이유와 과정은
대부분의 일반 직장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단한 욕망을 가지고
교육에 큰 획을 그어 보겠다든지
혹은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헌신하겠다는 마음까진 아니었다.
다행히 아이들과 잘 맞아
학교가 내 일터임에 교사가 내 직업임에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내 아이보다도 학교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요즘 부쩍
교사라는 직업에 의문을 품게 한다.
나의 최선을 다함에 회의를 갖게 한다.
학교에서 진로 상담, 입시 상담을 해보면
어떤 직업에 사회가 기대하는 사명감을 갖고
진학하려는 아이는 극소수다.
진로가 분명한 아이들은 행운아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진로가 불명확한 것 자체가
불안이고 방황의 이유가 된다.
하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결국 대부분의 아이들이
성적에 맞춰 상황에 맞춰 대학에 간다.
많은 교사들의 학창 시절도 그랬을 거다.
대단한 사명감을 지니고 학교 현장에 온 이들,
많지 않을 거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일반 직장인들처럼 퇴사(?)도 종종 고민한다.
예전엔 일반 직장인들이 퇴사를 고민하는
그 이유들 때문이었는데
요즘은 교사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부담스럽다.
세상은 내게 대단한 권리를 주지 않고서
수많은 역할과 의무를 기대한다.
난 그저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려고
학교에 왔는데 세상은 나에게
성직자의 마인드를 가지고
검사도 됐다가 변호사도 됐다가
전문상담인도 됐다가
레크리에이션 강사도 됐다가
엄마도 됐다가 친구도 됐다가
민원 해결사도 되라고 한다.
난 저~~기 회사에 다니는
김과장님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난 그냥 교사가 되었고
난 그냥 교사로 살기로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