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의 3가지 목적
무엇 때문일까. 일차적으로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일 거다. 그것이 무형이든 유형이든 간에. 사람은 자기 자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이기적 동물이니까. 다음으로는 만남 자체가 즐겁고 유익하기 때문일 거다. 무료하지 않은 재밌고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대감 때문에 수고를 무릅쓰고라도 나가는 거다. 마지막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때다. 체면상 아니면 누군가의 부탁 때문에. 속마음은 싫더라도 말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및 마스크 착용의 의무가 끝난 지도 제법 되었다. 하지만 뭔가 살짝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분명 그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전에는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이유 때문에라도 사람들의 만남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로 인한 북적대는 분위기가 있었다. 대부분의 만남은 즐거웠고 또 그것을 즐겼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만남을 기피하는 분위기라 하면 좀 그렇지만 그런 느낌이 있다. 나의 경우도 그런 듯 싶다. 살짝 귀찮다고나 할까. 꼭 굳이 만나야만 할까? 뭐 살짝 이런 감정도 담겨 있는 듯싶고.
지난 금요일인 11월 15일, 1년에 한 번씩 있는 정기 행사인 전 직장 동기 모임이 있었다. 송년회였다. 작년에만 해도 1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던 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단 4명. 만난 사람들 간에는 반가움도 있었지만, 너무 많은 빈자리는 허전함으로 채워졌다. 오지 않은 동기들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상갓집 방문, 다른 일정, 낮술 등 그들은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없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원래 모일 때마다 시끌벅적했던 자리는 조촐하다 못해 초라했고, 그에 따라 빨리 1차 자리를 파한 후 커피 한잔하고 파하자는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렇게 집에 오니 괜히 나갔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짙은 아쉬움만이 남았다.
뭐 그럴 수 있다. 꼭 참석해야만 하는 강압적, 강제적 모임은 아니니까. 또 동기들을 만난다는 것(그것이 불과 1년에 한 번이라 할지라도)이 인생에 있어 귀중한 시간을 투자할 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라 생각했을 수도 있으니까. 만약 나도 참석하지 않았다면 불참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못 본다고 해서 큰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물론 큰일이라도 생긴다면 당연히 참석했을 테지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결국 그 만남이 나에게 도움이 되거나, 즐거움을 주거나 혹은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서라 할 수 있겠다. 현재 내가 참석하고 있는 정기적 모임 또한 이러한 세 가지 이유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매일 오전에 회사 출근하듯 가고 있는 탁구는 즐거움 때문이다. 땀을 흘리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 즐겁고 웃고 떠들며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좋기 때문이다. 다만 완전히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 동호회의 성격을 지닌 곳이라 보면 될 듯하다. 그래도 매일 갈 수 있다는 곳이 있는 것만으로도 소속감이 대단한 곳이기도 하다. 특별한 사정이나 일정만 생기지 않는다면 앞 순위에 두는 출근부 도장을 찍듯 찾아가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회원 중 한 분이 탁구클럽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월 (단돈) 5만 원만 내고 매일 이렇게 와서 몇 시간씩 놀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올해 7월부터 시작한 에코 투자클럽 모임도 있다. 이 모임은 성격이 다소 복잡하다. 일단 일이다. 돈을 받고 하는 것이니까. 반대로 참여자들은 돈을 냈기 때문에 필히 그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까운 돈을 날린 셈이 되니까. 나는 그들에게 돈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서 이 모임은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즐거움이 있다. 배우고 공부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으니까. 단순히 놀고먹고 마시며 킬링타임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와 보람도 있다. 유익함과 즐거움, 이 2가지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 에투클럽 모임이라 할 수 있다.
하나는 노래교실이고 다른 하나는 탁구교실이다. 노래교실은 노래 부르기를 빙자한 먹자 모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엔 진지하게 노래를 배우는 혹은 노래실력을 키위기 위한 모임이었지만 지금은 함께 얼굴 보며 먹고 마시고 즐기는, 그러면서 노래도 하는 모임이 되었다. 나는 기타 반주자로 참여하고 있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노래는 하지 않는다. 강의 때문에 평소 목을 잘 관리해야 하는 점도 있긴 하지만, 기타 반주하며 다른 사람들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다른 분들에게는 미안한 얘기기도 하지만) 노래교실은 일단 즐겁다.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니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게다가 등산이나 음악회 참가와 같은 깜짝 이벤트를 할 때도 있어 즐거움은 배가 된다. 아내는 이 모임이 너무 놀자 쪽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아 하지만 난 이대로도 꽤 괜찮다 생각한다. 즐거움이 모임의 목적이라면, 최대한 즐겁고 재밌으면 최고 아니겠는가.
아파트 지하 탁구장에서 진행되는 탁구교실은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사실 실력이 되진 않지만 그럼에도 초보분들이나 탁구에 대해 흥미를 가지신 분들을 대상으로 코치로 활동하고 있고 매주 일요일마다 레슨을 진행하고 있다. 이 모임 역시 메인 테마는 즐거움이다. 사람을 만나고 함께 어울리며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레슨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신경을 써야 하고 어떻게든 교습받는 분의 실력을 증진시켜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매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실력이 느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방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며 코치로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내 인생 모토가 아닌가.
다행스럽게도 내가 참여하고 있는 모임은 대부분 즐거움이 주가 되고 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로 들었던 체면이나 싫어도 어쩔 수 없는 참여가 아니라 재미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자발적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비자발적 참여를 해야 하는 모임이 있다면 이 얼마나 스트레스가 될까. 싫어도 싫다고 말하지도 못한 채 억지로 시간들을 보내야만 할 테니까.
결국 자유 모임은 즐거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참석할 이유가 없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성장할 수 있고, 무언가 도움을 얻을 수 있으며 그 시간들이 신나고 재밌고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면 모임은 지속될 수 있다. 아니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사실 인생 뭐 있겠는가. 하루하루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든 아니든 간에 헛되이 보내는 시간은 아니지 않겠는가. 물론 그 안에 의미와 보람, 성장까지 담을 수 있다면 최고라 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해도 해피한 인생이란 것만으로도 엄지 척! 인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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