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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Nov 10. 2017

가을 제주,
흩날리는 억새의 춤에 취하다 #1

17년 만의 제주 여행, 그 추억을 남기며



1.


얼마 만에 다시 밟은 제주도인가. 아이들이 3~4살 때쯤이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17년 전인가 보다. 이때가 2번째 제주도여행이었고, 첫 번째는 1996년의 신혼여행이었다. 꽤나 오랫 만에 가 보는 제주도. 외국에 나가는 것과 같은 기대감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오롯한 추억이 담겨있는 그 곳을 다시 방문한다는 잔잔한 설레임이 있었다.


원래는 가족 모두가 가려 했었다. 마일리지를 이용해서 말이다. 해외출장이다 뭐다해서 쌓여진 마일리지가 약 6만 조금 넘게 있었다. 제주도 왕복항공권이 1만 마일리지면 가능하다 하니, 4만이면 4인 가족이 갈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알아보니 마일리지를 이용한 항공권 구매는 결코 쉽지 않았다. 가족 모두가 회원으로 등록해야 하고, 가족 등록 그리고 내 마일리지를 각자에게 넘겨 주어야 하는 절차까지. 그래도 그건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마일리지로 항공권 좌석을 잡는 일은, 더 나아가 4명 좌석을 동시에 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한 비행기당 몇 석되지 않는 수의 좌석만 마일리지용으로 배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화가 났다. 대체 마일리지를 어떻게 쓰라는 건지.


그렇게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마일리지를 이용해 제주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광고 메일이었다. 1인당 3.5만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제주도 왕복 항공권, 서귀포 KAL 호텔 2박 숙박권(조식 포함) 그리고 54시간의 렌트카 대여까지 가능하단다. 오~ 이런게 있었던가? 가만 보자, 그렇다면 7만 마일이면 2박 3일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거네? 흠, 그런데 1만 마일리지가 모자른데 이건 어떻게 하지? 관광사에 물어보니 전체 마일리지가 부족하면, 동반자에게는 항공권 구매용인 1만 마일리지 밖에 사용할 수 없단다. 그렇다면 총 부족 마일리지는 약 2.5만. 이걸 현금으로 대체한다면 얼마냐고 물어보니 20만 원이란다. 흠, 나쁘지 않다. 어차피 마일리지를 쓰기도 힘들고, 20만 원에 2박 3일 제주도 여행 다녀온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편 아닌가.


아내와 일정을 잡다보니 날짜가 잘 나오지 않았다. 원래 가려고 했던 일정(10/22일~24일)은 이미 모집완료 되어 있었고. 다음으로 잡았던 일정이 10/29일~31일이었다. 하지만 이 일정도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해당 관광사의 다른 상품이 있나 찾아 보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텔만 교체하면 1인당 3.5만 마일리지가 아닌, 3만 마일리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다시 폭풍검색을 통해 호텔을 제주 오리엔탈 호텔로 교체했다. 그리고 다시 관광사에 문의하니 이렇게 하면 6만 마일리지로 가능하기 때문에 추가비용없이 예약 가능하단다. 졸지(?)에 20만 원이 세이브되었다. 게다가 원하는 날짜였던 10/29일~31일의 일정도 예약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였다.



2.


날씨가 복병이었다. 다행히 우리나라까지 올라오진 않았지만 첫날인 29일까지는 태풍의 영향으로 인해 전해상에 강한 바람이 분다고 했다. 그러니 제주도는 어떨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12시 10분 김포공항 출발. 딱히 면세점에서 살 건 없었고 바로 비행기 탑승. 나눠주는 주스를 마시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비행기는 착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제주의 하늘 그리고 아래로는 제주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바다가 잔잔해 보이지 않았다. 짙푸른 바다 위에 하얀 작은 거품 같은 것들이 보석처럼 박혀져 있었다. 뭔가 했는데, 점점 가까이에서 보니 파도였다. 헉. 대체 어느 정도의 바람이 불길래 저 정도로 파도가 많단 말인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제주공항에 내려 짐을 찾은 후 관광사 셔틀 버스를 타고 렌트카 업체를 찾아갔다. 5분 거리에 거의 모든 렌트카 업체들이 모여 있는 듯 싶었다. 그래, 가까워야 찾을 때도 그리고 반납 때도 편하겠지. 도착해 내 이름을 대니 오케이. 하지만 딱 한가지는 결정해야만 했다. 렌트카는 렌트 비용 안에 보험료까지 포함되어 있지만, 딱 한가지 보험은 제외되어 있다. 바로 자차 (손해) 보험이다. 즉 운전하다 다른 사람의 과실로 인한 사고는 보험처리가 되지만, 내가 운전하다 낸 사고(예를 들자면 주차시 벽이나 상대 차에 흠집을 내는 것과 같은)는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차 보험료는 별도로 계산해야만 한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일반은 53,000원, 전액은 75,000원이란다. 쩝. 그냥 전액으로 계산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일반의 경우 약정된 보험처리액이 정해져 있고, 그 금액을 초과할 경우는 내가 부담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로 인해 그 차를 운행할 수 없을 경우, 거기에 대한 비용(일명 ‘휴차비’라고 한다)까지도 물어야 될 수 있기 때문이고. 그러니 그것까지 100% 처리되는 전액 보험이 차라리 신경쓸 것도 없고 속 편하다고 할 수 있겠다. 괜히 여행와서 예기치 못한 일로 얼굴 붉힐 필요는 없지 않은가.


보험료 계산을 하고 계약서에 사인까지 하니 밖으로 나가 차를 보여준다. 소나타 신형(LGP)이란다. 거의 새차나 진배 없었다. 흠, 괜찮네. 백미러와 좌석을 조정하고 네비게이션에 첫 번째 목적지인 함덕해수욕장을 찍은 후 엑셀을 지그시 밟는다. 드디어 출발이다. 17년 만의 제주도는 내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이제 막 소풍을 떠나는 아이처럼 설레인다. 아내의 얼굴 또한 약간 상기되어 있는 듯 하다.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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