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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Dec 11. 2017

마지막 출근을 마쳤습니다

축하하고,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지켜봐 주십시오!^^



약 23년의 시간


지난 12월 8일 금요일, 마지막 출근을 마쳤습니다. 이로써 22년 9개월간 이어온 이 회사와의 인연도 끊어졌네요. 딱 한가지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여러 감정들이 교차합니다.


약 23년의 시간... 문득 비슷한 시간을 함께했던 절친, 담배(!)가 떠오릅니다. 담배 또한 20년을 넘는 기간 동안 동거동락했었지요. 지금은 저의 변심(?)으로 절교한 지 4년 정도가 되어가지만, 당시에는 담배만큼 가까웠던 친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그것도 하루에 열 댓번씩은 질긴 만남을 가졌었으니까요. 그랬던 담배가 제 기억에서 잊혀진(물론 아직도 아주 가끔은 떠오르긴 합니다만..) 것처럼, 이제 회사 또한 서서히 잊혀져 가겠지요.



축하하고 응원합니다. 그리고..


퇴직이 결정된 후, 그리고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마음편지에 그 내용을 올린 후 주변에서 많은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응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재밌었던 점은 조금씩 반응이 달랐다는 겁니다. 같은 회사의 선후배들은 대부분 아쉽다, 안타깝다는 반응이었고, ‘차칸양’으로서의 저를 아시는 분들은 잘됐다, 축하한다, 그리고 응원한다는 말씀을 많이 건네주셨습니다. 저에게 참으로 힘이 되는 말씀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었는데, 딱 한가지 조금은 걸리는 문장이 있더군요.


‘축하하고, 응원합니다. 그리고 지켜보겠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물론 압니다. 제가 앞으로 잘 되는 것을 응원의 마음으로 바라보겠다는 내용이라는 것, 하지만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똑바로 해라, 너를 주시하고 있는 눈이 많으니 농땡이(?)부릴 생각 일절 하지마라’는 그런.^^ 실제로 한 후배는 제가 자신의 롤모델이 될 수 있으니 멋지게 성공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까지 하더군요. 꼭 그 후배를 위해서는 아니겠지만,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시간들을 제대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또 저보다 앞선 길을 가고 계시는 인생 선배님들, 그리고 이미 독립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 여러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 중에서도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해주신 말은 ‘절대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급해 서둘러 무언가를 하려다 일을 그르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하네요. 그러니 무조건 일정기간 쉬는 것이 1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하기를, 일단 3개월은 아무런 퍼포먼스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딱 한가지만 할 생각인데, 그동안 이래저래 미루고 있었던 책쓰기 작업에만 전념할까 합니다. 어떤 분은 그것마저도 하지 말라 하는데, 그건 쫌...^^


직장인의 때를 벗겨라



또한 더 이상 직장인으로 살지 않으려 한다면, 온전히 직장인의 때(!)를 벗길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직장인의 때라... 20년이 넘는 직장인으로 살아온 제게 때를 벗긴다는 의미가 잘 다가오진 않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인에게는 직장에서의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고, 그 나머지 시간, 예를 들자면 점심시간, 퇴근 이후 그리고 출근하지 않는 주말시간에는 어떻게든 자신의 온전한 시간으로 즐기며 살고자 하는 것이 직장인의 삶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삶의 이분화(二分化)라 볼 수 있으며, 이것을 직장인만의 고유한 삶의 프레임(다른 말로는 매뉴얼)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직장인이 아닌, 다른 삶을 살고자 한다면 프레임 자체를 스스로 다시 만들어야만 할 겁니다. 만약 작은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면 사업가로써의 프레임을, 장사를 할 예정이라면 장사꾼으로써의 프레임을, 1인 기업가로 살고자 한다면 1인 기업가에 맞는 삶의 프레임을 설계해야 하겠죠. 이런 식으로 직장인의 프레임이 아닌 다른 프레임으로 살게 되었을 때, 혹은 그런 마인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이것을 ‘직장인의 때를 벗었다’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화두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머리 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정해진 것은 딱 하나,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앞으로 3개월 동안은 책 초고작업에만 열중하려 합니다. 글쓰기 작업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그동안 못 만난 사람들도 만나고, 책도 실컷 읽고자 합니다. 휴식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충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임을 바꾸어 가기 위한 단절의 시간도 필요하고요.


지금까지 제 글이 직장인으로써의 경험과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인생 2막으로 가는 과도기,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며 겪게 되는 악전고투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착륙이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경착륙이라 할지라도 어쩌겠습니까, 그냥 정면통과해야지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제 글에 작은 성공에 대한 이야기도 담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실패와 그로 인한 감정의 혼란, 아픔, 쓰라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고자 합니다.


이번 칼럼을 마무리하며, 이번에는 앞의 문장을 인용하게 되네요. 제가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드리는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축하하고,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지켜봐 주십시오.’




* 덧붙이는 글


지난 2주 동안 메일, SNS, 브런치뿐 아니라 직접 말로써 위로와 격려, 응원의 말씀을 전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다시한번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꾸~벅~^^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weheartit.com/entry/125489777)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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