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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Dec 18. 2017

이제부터라도 생긴대로 살아봐야겠다

때가 되었기 때문에 나의 길을 가려 합니다


험난한 1인 기업가의 길


지난 일주일은 다소 정돈되지 못한 시간을 보낸 듯 합니다. 20년이 넘는 출근 - 업무 - 퇴근의 정해진 일상에서, 오롯이 스스로 새로운 일상을 재편해야 하다보니 아무래도 다소의 혼란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여러 시도를 통해 저에게 잘 맞는 일상의 맞춤옷을 찾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백수 과로사(?)라 했나요?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평상시 저녁약속을 잘 잡지 않는 제가 며칠 연속으로 무리를 하다보니, 게다가 최근의 한파에 늦은 밤까지 돌아다니다보니 그만 덜컥 몸살감기에 걸리고 말았네요. 이게 퇴직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며칠 무리를 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빨리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들도 감기 조심, 그리고 추운 날씨에 건강 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저는 1인 기업가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1인기업가... 음,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솔직히 1인 기업가란 용어가 웬지 마음에 들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직은 달리 사용할 용어가 없어 그냥 쓰고는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또 저에게 맞는 적절한 단어가 떠오른다면 바꿔볼까 생각 중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축하와 응원을 보내주고는 계시지만, 사실 1인기업가의 길은 험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이고, 또 아무리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개인이든 기업이든 그 누군가가 자신의 컨텐츠를 돈을 내고 사주지 않는다면, 이는 그저 무임금 노동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1인기업가로 연착륙 하기 위한 최우선적 조건은 최소한의 생활비 이상을 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아무리 자신이 그 일을 좋아한다 할지라도 결국은 접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돈에 굴복하고 마는 거죠.



꽤나 괜찮은 관리점장이란 옵션


제가 퇴사한 회사에는 관리점(=대리점) 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퇴사한 직원들에게 관리점을 맡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죠. 물론 면접도 보고, 3개월의 인턴 과정을 통해 선발하기 때문에 하고 싶다고 해서 모두가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처럼 회사의 부서장을 했던 경력이라면, 웬만하면 관리점 운영 자격을 주는 편이죠. 만약 제가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한다면, 저는 관리점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로써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회사 매출이 좋은 편이라 관리점장이 받아가는 순수익도 꽤 높아졌습니다. 이것저것 다 제하고 순수하게 본인이 챙겨갈 수 있는 금액만 대략 월 500~600만 원 수준이니 결코 작지 않죠. 게다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매출을 올리게 되면 이 금액은 더 올라가게 됩니다. 잘 하는 분들은 월 1,000만 원 이상도 가져간다 하니 회사 임원이 부럽지 않을 정도죠.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 퇴직한 직원들은 할 수만 있다면 거의 대부분 관리점장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회사 사람들은 당연히 저 또한 먼저 퇴직한 분들처럼 관리점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영업 경험이 없다보니 초반에 조금 힘들 수는 있겠다 걱정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지난 금요일 저녁, 저보다 5년 먼저 퇴사해 관리점장을 하고 있는 친한 동기를 만났습니다. 그가 저에게 던진 첫 질문은 이랬습니다.


“(당연히) 할꺼지?”


그리고는 제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영업에 대한 근황과 함께 가능하면 어느 곳에 위치한 관리점을 받으면 좋다는 얘기들을 덧붙이더군요. 잘 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덕담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제가 1인 기업가의 길을 가려 한다고 하자 표정이 미묘해 집니다. 한참을 말없이 듣던 동기가 제 말이 끝나자 이렇게 입을 엽니다.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준비해 온 시간이 있고, 그게 너의 꿈이자 일이라면야...’라며 약간 말끝을 흐립니다.


저녁을 먹은 후,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동기는 다시 한번 저를 설득코자 합니다. 일단 관리점을 하면서 조금 더 확실하게 준비를 하면 어떻겠냐고요. 솔직히 살짝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관리점이 잘만 운영되면 오히려 회사 다닐 때보다 조금 더 자유로이 시간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바로 마음을 잡았습니다. 그렇게는 안하고 싶다 대답했습니다. 왜냐고 묻는 그에게 일단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 수 있는 플랜B(ETF 투자)가 있고, 최소 1~2년의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제가 하려는 일 또한 조금씩 궤도에 올릴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 답했습니다.



때가 되었다


누구나 사람에겐 때가 있다 생각합니다. 저 또한 왜 일말의 두려움이 없을까요? 아니 오히려 더 클 겁니다. 저는 누구보다 소심할 뿐 아니라 돌다리도 두드려야 하는 신중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드디어 때가 되었다 믿기 때문에, 과감히 신발끈을 동여매고 첫걸음을 떼려 합니다. 소천하신 구본형선생님은 제자들에게 동해안의 바닷가를 보여주며, 내가 등대가 될터이니 너희들은 때가 되었을 때 바닷가로 나아가라 이야기하셨죠. 용기란 두려움을 극복할 때 나오는 힘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고 나아갈 때 나오는 내면의 힘이라는 말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을 시작한 이래 1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10년의 시간이라면 준비기간으로 충분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쉽지 않을 것을 알기에 여전히 불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불안감을 동력으로 삼아 제대로 뛰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제 마음대로, 제 의지대로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한번 뿐인 인생, 이제부터라도 저 생긴대로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미루다 미루다 내가 왜 그랬을까 라는 후회 만큼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할 테니까 말이죠.



(표지 이미지 : <자화상>, 에곤 실레(1912년작))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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