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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an 11. 2018

욜로(YOLO)와 김생민의 영수증, 무엇이 옳은가?

SBS스페셜 방송작가와의 대화(2편)



☞  SBS 스페셜 방송작가와의 대화(1편)




욜로(YOLO) VS 김생민의 영수증


SBS스페셜 방송작가는 전화 인터뷰 도중 작년 상반기의 욜로(YOLO) 열풍과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계속 이어져 오는 김생민의 영수증이 만들어 내고 있는 전혀 상반된 소비 트렌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어왔다.

  

욜로는 그야말로 미래는 생각하지 말고, 오롯이 현재의 삶에 집중하자는 가치관이다. 한번 뿐인 인생, 젊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는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삶을 만족시키기 위해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아낌없이 소비한다. 갖고 싶고, 사고 싶고, 먹고 싶고, 가고 싶다면 언제든 카드를 꺼낸다.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투자이자 젊음에 대한 보답, 그리고 만족, 기쁨 행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김생민의 영수증은 세트 뒤편의 대형 액자에 쓰여진 ‘돈은 안 쓰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이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할 수 있다. 돈은 안 쓰는 거라고?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안 쓰고 어떻게 사나? 당근 써야지! 물론 예능을 포함하기 때문에 희화화시켰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다소 과도한 면은 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강조하는 것은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온전히 대비해야만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영수증을 들춰보며 그뤠잇, 스튜핏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절약을 실천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 미래를 위해 아끼면서 사는 것이 맞다고는 생각하는데, 그러자니 웬지 생활이 곤궁하고 초라한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나와 3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회사의 한 후배는 화려한 욜로족의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연봉을 거의 다 쓰면서 아주 풍족하게 살고 있었다. 그를 보며 내심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었고, 사실 부럽기도 했다. 웬지 멋져 보이기도 했고. 그렇다고 후배처럼 살아갈 수는 없었다. 미래가 뻔히 보이는데, 그리고 아주 힘든 미래가 왔을 때 그 고통을 견뎌낼 자신은 물론, 그런 시간과 마주해야 한다는 그 사실 자체도 받아들일 수 없는 내가 그런 삶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개미 VS 베짱이, 당신의 선택은?


이솝 우화 중에 ‘개미와 베짱이’가 있다.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1년 내내 열심히 일한 개미는 곡식을 쌓아놓고 안정적으로 겨울을 보내지만, ‘탱자탱자’ 노래부르며 놀기만 했던(인생을 즐겼던) 베짱이는 겨울이 되어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채 결국 개미의 집을 찾아가 구걸을 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욜로 라이프(?)를 반성하게 된다는 그런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야기다.


내 삶은 개미의 그것과 같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화에 등장하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고 아끼고 절약하며 살면 나도 따스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 후 22년의 시간을 소비에 대한 절제, 욕망에 대한 인내로써 견뎌왔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안정의 길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이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까? 이 마음이 의미하는 건 뭘까? 나 또한 남들처럼 여유있게 때로는 풍족하게 쓰면서 살아야 한다는 걸까? 그리고 이 생각은 확실했다. 인생에서 안정이 모든 것은 아니라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보석과 같은 순간들을 힘들게 보내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베짱이처럼 살 수는 없었다. 내 성향상 베짱이는 맞지 않았다. 베짱이의 ‘어떻게든 될거야’하는 근거없는 낙관주의에 대해서는 내면으로부터의 거부감이 존재했다. 그렇기 때문에 베짱이의 삶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주 오랜 고민 끝에 답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개짱이(!)로 사는 것이다. 개미+베짱이가 내가 내린 결론이다. 즉 현재를 즐기며 사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까지 대비하는, 두 시재를 모두 내 삶 안에 포함시켜 살아가는 것이다. 개미의 안정감, 베짱이의 행복 이 두가지를 내 삶 안에 다 가져가는 것이다.


어떤가? 아주 좋은 생각같지 않은가? 개미도, 베짱이도 아닌 개짱이(!)의 삶. 아마도 내가 내린 결론에 대해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무슨 말도 안되는... 혹은 현실과 동떨어진 그저 생각에 불과할 뿐이라고. 맞다. 나도 처음에는 그저 이상적인 결론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방법을 찾았다. 다음 편에서 그 이야기를 해 보자.




☞  SBS 스페셜 방송작가와의 대화(3편) - 행복은 욕망과 정비례의 관계에 있지 않다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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