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펀드란 믿고 맡기는 '신탁' 상품!
본격적으로 펀드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질문 하나 드려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투자를 하고 있다면, 당신은 투자자인가요, 아니면 투기자인가요? 아니 이 질문 전에 투자(投資)와 투기(投機)의 차이점에 대해 먼저 물어야겠네요.
뱅크샐러드 독자 여러분들은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알고 계시나요? 투자는 좋은 거고, 투기는 나쁜 거라고요? 투자는 재테크와 같은 합법적 행위를 의미하고, 투기는 도박과 같은 불법적인 것을 뜻한다고요? 맞습니다. 잘 알고 계시네요~^^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때 투자와 투기를 무 자르듯이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둘 다 수익, 즉 돈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구분을 하자면, 투자가 거래대상의 가치변화에 주목함에 비해, 투기란 오로지 시세 차익에만 목적을 두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투자가 거래하고자 하는 재화의 가치, 성격 그리고 리스크에 대해 잘 알고, 그래서 일정 부분의 손실까지 감안하여 하는 것임에 반해, 투기란 자신의 이성적, 합리적 분석과 판단보다는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그리고 타인의 정보와 권유에 의해 오로지 수익만을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위 ‘묻지마 투자’라는 것이 바로 투기라 할 수 있죠. 또한 투자가 단기부터 중장기까지 감안하는 계획된 행위라 한다면, 투기는 오로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술에 국한된다 볼 수 있죠.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의 저자 박경철 원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저축과 투자 그리고 투기의 관계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데, 이는 투자와 투기를 저축까지 연계하여 조금 더 확장시킨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므로 꼼꼼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축은 외적이 침입할 때를 대비하는 성벽과 해자와 같습니다. 방어가 완료 됐을 때 비로소 공성,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것이지요. 저는 저축이 없는 상태에서 잉여자산을 만들기 위한 투자는 투기라고 생각합니다. 내 삶을 지키기 위해 일정부분 저축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이정도면 최소한 비바람이 불어도 나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이 되면 그때 잉여자산을 투자해서 불려도 보고 관심 있는 부분에 투자도 하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성을 쌓는 것을 투자를 통해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보아야 합니다.”
박경철원장의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투자를 하기 전에 먼저 저축을 통해 자신 만의 견고한 성을 쌓으라는 겁니다. 투자는 그 후에 하라는 거죠. 사실 투자는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을 쌓는 일은 절대 실패해서는 안되죠.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저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성 쌓는 일을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하려고 하는데, 이럴 경우 성은 물론이고, 자신의 안위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 박경철원장은 투자가 아닌, 투기로 보는 거고요. 이해되시죠?^^
先 저축, 後 투자! 절대 뒤바뀌어서는 안되는 순서라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부터는 선 저축을 통해 성벽을 확실히 쌓았다고 가정하고, 본격적으로 투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투자를 위해서는, 특히 간접투자를 위해서는 투자상품에 가입해야 하는데 과연 어떤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을까요? 투자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리스크 대비 괜찮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마 투자 초보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상품은 역시나 펀드(Fund)일 겁니다.
펀드는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투자라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획상품이라 할 수 있는데, 과거에는 증권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었죠. 하지만 자통법(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으로 지금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어디서든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자, 그러면 ‘재테크의 꽃’이라 불리기도 하는 펀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펀드(Fund)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목적에 활용하기 위해 모은 자금’으로, 경제적 의미로는 ‘투자를 위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모금한 실적 배당형 기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 그 모아진 돈으로 투자한 후, 실적이 나게 되면 그 수익을 나눠주는 상품이 바로 펀드(Fund)라 할 수 있죠.
펀드는 엄연한 신탁상품(信託商品)입니다. 신탁상품이라 함은 ‘고객이 자신의 돈을 일정한 수수료를 주고 자산운용사에 맡겨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라는 뜻인데, 이때 눈여겨 봐야만 하는 단어가 바로 ‘신탁’입니다. 신탁은 믿고(信) 맡긴다(託)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펀드란 상품에 가입한다는 것은 자신의 돈을 운용해 줄 회사, 혹은 사람(펀드 매니저)을 믿고 자신의 돈을 맡긴다는 말과 동격이라 할 수 있죠.
펀드에 가입하시는 분들이 많이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판매사와 운용사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판매사는 펀드를 판매하는 회사이고, 운용사는 그 펀드를 실제 운용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에서 추천하는 펀드 중에 ‘트러스톤칭기스칸증권투자(주식)-Ce’란 상품이 있습니다.(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이는 설명을 위함이지 절대 펀드를 추천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이 펀드는 삼성증권에서 판매하지만, 실제 펀드의 운용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이란 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판매사인 삼성증권의 추천으로 펀드를 매수했다 할지라도, 삼성증권은 운용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이란 곳에 대해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러려면 조금 노력을 들여야 됩니다. 펀드 소개에 딸린 투자설명서를 찾아봐야 하는데, 그곳에는 이렇게 소개되어 있네요.
위와 같이 이 펀드의 운용전문인력으로 이양병 상무란 분이 등록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경력을 잘 보시면, 서울신용평가정보에서 약 2년 근무 후 칸서스, PCA, 삼성자산운용을 거쳐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펀드를 운용하고 있네요. 운용 중인 펀드의 개수는 총 20개이며, 운용규모는 5,000억 정도 되고요. 물론 이 분은 책임운용역이기 때문에 밑에 다른 펀드 매니저들이 같이 일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조금 신뢰가 가는 점은 7년째 교체되지 않고 펀드를 운용중이기 때문에, 펀드의 운용원칙은 지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펀드 투자시 한가지 조심해야 할 점은 해당 상품의 펀드 매니저가 자주 교체되는 경우, 그 운용원칙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수익을 잘 내는 능력있는 펀드 매니저는 타 회사 스카웃의 표적이 됩니다. 그들의 연봉은 억대는 기본이며, 성과에 따라 10억을 넘기는 경우도 종종 있죠. 그래서 능력있는 펀드 매니저들은 더 높은 연봉을 보장 받으며 이직을 하며, 그것이 펀드 매니저들의 커리어를 쌓는 한가지 방법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펀드 매니저가 이직을 하게 될 경우, 그가 원래 운용하던 펀드의 수익률이 종종 곤두박질 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이 와서 운용할 경우 투자원칙에 따른 운용패턴이 달라질 수 밖에 없을 테니까요.
자, 정리해 보겠습니다. 펀드는 그 펀드를 책임지고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를 믿고, 자신의 돈을 맡기는 신탁상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펀드 매니저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펀드에 투자를 하려 한다면, 반드시 펀드 매니저가 누구인지, 그의 경력은 어떠한 지 살핀 후에 가입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절대 판매사의 창구직원의 이야기만 듣고 가입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창구직원이 추천하는 펀드는 아마도 판매사에 높은 수수료를 안겨주는 펀드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캠페인 기간일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만약 조금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싶다면, 자산운용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펀드 매니저와 통화를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에게 투자원칙이나 전체 시장전망 등에 대해 물어보는 거죠. 설명을 듣다보면 자연스레 투자를 해도 좋을지 판단이 서게 될 것입니다.
* 이 글은 핀테크 기업 '레이니스트'의 온라인 매거진 <뱅크샐러드>에 수록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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