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제는 시스템이다!
최근 우리 주위에서 더 이상 수기 가계부를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대신 모바일 가계부 어플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일일이 수입과 지출을 입력하느라 시간과 끈기를 필요로 했지만 요즘 어플들은 카드 지출내역이 문자로 오면 이를 자동으로 인식, 입력까지 대신해주기 때문에 가계부 작성을 하는데 있어 여러모로 편리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뿐 만이 아닙니다. 불과 2~3년전부터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의 금융기관과 연동하여 실제 계좌 데이터까지 가져옴으로써, 가계부 기능을 넘어 자산관리 프로그램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뱅크샐러드, 브로콜리, 시럽 같은 어플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죠. 여기에 더해 기간별 자산변동에 대한 분석 리포트 기능까지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잘만 활용한다면 상당히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하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를 드려보겠습니다. 자산관리까지 가능한 가계부 어플들이 등장하고 또 빠른 기능의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는 만큼, 개인들의 지출관리 또한 과거보다 훨씬 더 잘 되고 있다 말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아마 단호하게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어플의 기능이 좋아진 것과 그것으로 인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는 것은 별개의 사안일 수 있기 때문이죠. 과거 수기 가계부 쓸 때를 생각하면 쉬울 듯 합니다. 가계부를 열심히 써도 지출관리가 잘 되지 않았던 이유는 어찌보면 기록만 열심히 했을 뿐 진짜 문제점에 대한 분석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행까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생각해 보죠. 가계부 어플이 나의 지출 및 자산관리를 해주고 분석, 리포팅까지 해준다고 해서 나의 경제 생활이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머리로 깨닫고 최종적으로는 팔과 다리를 움직여 실천까지 갈 수 있어야만 나의 경제 패턴이 바뀌게 되는 겁니다. 더 이상 가계부 어플에 매달리지 마세요. 굳이 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되는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가계부 없이 본인의 지출 및 자산관리를 더 쉽게 하는 방법은 지출을 단순화하여 고정된 패턴으로 만들고, 그 패턴의 맞추어 자신의 경제생활을 종속시키는 겁니다. 즉 지출을 일정한 습관처럼 만듬으로써 하나의 시스템처럼 돌아가게 하고, 그리고 이것을 가계부가 아닌, 자신의 머리 속에 저장시키는 겁니다. 조금 어렵죠? 아래 표를 보며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단위 : 만원
표1. 수입지출내역표(조정 전)
표1은 어느 가족의 수입지출내역을 단순화한 것입니다. 표를 영역별로 구분하면 수입(A), 지출 중 저축(B) 그리고 지출 중 단순지출(C)의 3개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계부를 쓸 때 지출은 항목별로 관리하게 됩니다. 분석을 할 때도 항목별 예산을 책정한 후 그보다 많이 지출했을 경우 별도 관리를 하게 되죠. 하지만 항목별 관리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한가지 항목을 잘 관리했다 할지라도 다음 달에는 다른 항목에서 예기치 않은 마이너스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 달에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고요. 이처럼 가계부를 쓴다 할지라도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란 사실 쉽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가계부를 아무리 잘 쓴다 할지라도 실제적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는 자산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월급이 들어올 경우 무엇을 사고,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죠. 혹시 이번달 월급받으면 ‘빨리 적금하고 펀드 넣어야지!’ 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지출은 본능이라 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출을 우선시하게 되어있죠. 자산을 늘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지출보다 저축, 그 중에서도 수입대비 저축률을 제1순위로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위의 수입지출내역표에서 항목 (B)의 수입대비저축률은 17.5%(70만원÷400만원×100)입니다. 이 경우 1년에 저축을 통해 모을 수 있는 원금자산은 840만원(70만원×12개월)입니다. 즉 4,800만원 연봉 중에 17.5%인 840만원이 자산으로 모아지게 되는 겁니다. 만약 이 금액을 더 높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 지출을 줄임으로써, 즉 절약을 통해 저축률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테크를 통해 투자수익을 올림으로써 자산을 늘리는 방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후자의 방법을 택하지만 이는 쉽지 않습니다. 1, 2년의 단기간은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계속해 투자수익을 올리기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한가지뿐입니다. 지출을 통제하고 조정함으로써 저축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표1의 수입대비 저축률 17.5%를 30%로 상향시키게 되면 얼마만큼의 자산이 증가하게 될까요? 400만원의 30%는 120만원이므로 기존 대비 50만원의 저축이 더 가능해 지겠네요. 그렇게 되면 기존 840만원에 연간 600만원(50만원×12개월)이 추가됨으로써 총 1,440만원의 자산이 모아지게 됩니다. 훨씬 낫죠?
이처럼 지출관리 및 개선 그리고 자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를 순차적으로 실행해야만 합니다.
1. 수입대비 저축률 목표 상향 조정(예: 17.5% → 30%)
2. 상향된 저축률 수치만큼 절약을 통한 지출 조정
3. 조정된 수치에 따른 지출 습관 만들기
자, 수입대비 저축률을 30%로 상향 조정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럴 경우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단위 : 만원
표2. 수입지출내역표(조정 후)
위와 같이 조정한 후 마지막으로 해야할 일은 계획에 맞춰 지출습관을 만드는 겁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지출은 본능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3개월만 집중력있게 실천할 수 있다면 이는 습관으로 정착하게 됩니다. 그 후부터는 편해집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가계부에 대한 것은 머리 속에서 지우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항목별 관리가 아닌 수입과 지출에 대한 전체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죠. 즉 아래와 같은 단순한 경제 패턴이 만들어지게 되는 겁니다.
단위 : 만원
표3. 수입지출내역표 패턴(조정 후)
이것이 습관화가 되면 항목별 지출과 같은 상세한 내용은 떠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항목별 관리를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거죠. 지출은 잊고 단지 저축이나 투자만 기억하고 있으면 됩니다. 즉 매월 얼마나 저축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1년에 얼마의 자산이 모아지는지만 생각하고 있으면 되는 겁니다. 저축을 통해 생기는 이자는 별도의 보너스라 할 수 있고요.
중요한 것은 지출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습관이 형성되고 정착되면, 나의 자산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차곡차곡 쌓아지고 모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굳이 재테크를 하지 않더라도 자산은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보기에는 기본이 가장 느려보이지만, 넓은 시각에서 볼 때 기본이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합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miniweb4u.tistory.com/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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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Life Balance Consultant) 차칸양이 본격적인 개인 재무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 자산관리나 재무설계 그리고 노후 대비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실행하지 못했던 분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함으로써 경제 플랜을 세워야 하는 새내기 직장인들, 퇴직을 앞두고 경제를 비롯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 등 경제와 관련된 조언과 해법을 드립니다. 또한 컨설팅을 진행하더라도 절대 금융상품, 보험상품에 대한 가입 권유를 드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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