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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r 26. 2020

코로나 사태의 한가운데를 지나며

'내려놓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최악이라고 밖에는 더 말할 것도 없네요. 1인 기업을 시작한 이래 그야말로 최악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위기가 언제 끝날 것인지,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도 전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어찌보면 그저 숨만 쉬며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프리랜서로서의 경제적 상황은 치명적입니다. 벌써 2개월째 매출 ‘0’입니다. 강의도, 컨설팅도, 심지어 원고 기고까지도 모두 끊겼습니다. 더군다나 이 ‘0’의 실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데 공포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나마 투자를 통해 일정 생활비를 조달했었는데, 현재 수익은커녕 마이너스 손실의 폭만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떨어지다 못해 미친 듯이 추락하는 주가지수를 보며 ‘멘붕’의 실제 의미를 체감하게 됩니다. 그나마 정신줄이라도 잡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할 정도네요.



2주 전쯤 동갑내기 친구 한명을 만났습니다. 저처럼 1인 기업가로 활동하는 친구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저보다 훨씬 더 많은 강의 스케줄로 인해 무척이나 바쁜 하루를 보냈다는 점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똑같이 ‘비자발적 백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음에도 이렇듯 만남을 가졌던 건 두 사람 다 멘탈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넋두리할 상대가 필요했다고 보면 맞을까요?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습니다. 그저 야외 공원을 걸으며 마음에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 둘씩 꺼내 놓았다고나 할까요? 주저리 주저리 50대 초반 두 남정네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른 저녁은 근처 호프집에서 치맥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오자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이야기의 결론을 따로 낼 필요는 없었지만, 결국 정리하자면 이런 시국에서도 건강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돈, 일 모두 소중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중을 위해서라도 건강부터 챙기는 것이 당연하겠죠. 몸 건강, 마음 건강 모두 말이죠.



지난 월요일, 전 회사 후배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안부 전화였지요. 그 후배는 헬스 트레이너와 태권도 사범의 2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인해 헬스 트레이너는 이미 2주 전에, 그리고 태권도 사범일은 이번부터 쉬게 되었다고 하네요. 두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가장의 의무감과 책임감에, 택배 상하차 일을 알아보고 있다 말합니다. 하루 10만원, 일감이 많으면 15만원까지도 벌 수 있다고 하네요.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하지 말라고는 할 수 없더군요. 수입도 수입이지만, 아무런 일도 못하고 있다는 중압감과 무기력함은 후배를 더 힘들게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후배와 통화를 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힘든 시기, 어찌보면 미쳐 돌아버릴 것 같은 공포와 회의감, 그리고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이 시기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있다는 그런 생각. 과연 어째서 일까요? 한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내려놓음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리고 최근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주시하며 마음 속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었나 봅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그러면 받아들이자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자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최대한 줄이고버티자투자 손실은 숫자에 불과하다어차피 기다려야 한다면 마음 편하게 기다리자언젠가는 다시 회복될 테니까그때까지는 그저 숫자로만 바라보자지금은 희망보다는 객관적 사실에 집중하자기한을 정하지 말자죽음의 수용소에서 많은 포로들이 절망속에서 죽어간 이유는자기 스스로 기한을 정하고 그것에 모든 희망을 걸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마침내 최종 시한이 되어 그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을 때 그들은 생명의 끈조차 놓아버리고 만 것이다최악을 가정하면더 나쁜 것은 없다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 왔다면이 기회를 통해 다시 스스로를 정비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중요한 건 나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뉴스에 흔들리지 말자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마음까지 계속해 흔들린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그러므로 먼저 나를 바로 잡자파괴된 하루 루틴을 바로 세우고착실하고 건강하게 하루를 만들어 가자오래 버틸 수 있다면그것은 비로소 나의 힘이자 저력이 될 것이다삶의 근육이 될 것이다보다 강한 내가 될 것이다.




여전히 힘든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힘듬의 정도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자신의 마음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내려 놓을 것은 내려 놓고, 온전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강한 소나기도, 폭풍도, 태풍도 일정 시간이 흐르면 모두 다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주시해야 할 것은 소나기, 폭풍, 태풍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것들이 모두 지나간 후에도 여전히 내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느냐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유지할 때입니다. 그리고 상황이 좋아질 때를 대비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코로나가 강하다 할지라도 결코 우리의 마음과 의지까지 감염시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차칸양 아지트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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