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아도 삶이 팍팍한 이유에 대해
삶이 이토록 팍팍한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크게 2가지로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앞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 자본가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제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자본가는 자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본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농업이 시작된 이래 토지를 보유한 지주(地主)가 농사꾼들을 부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가는 자본을 소유함으로써 임금 노동자를 고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겁니다. 엄밀히 말해 노동자는 제품 생산을 위한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주장할지라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와 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기꺼이 노동자의 임금을 깎거나 잘해야 유지시키는 정도에 머무는 겁니다. 그래야만 자신의 마진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 기업의 임금은 정해져 있습니다. 대개 직급별 임금이 있고, 승진할 때 조금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직장 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속적인 승진을 위해 발버둥 치게 됩니다. 연봉이 높아지기 위함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아 더 오래 조직에 남아있기 위함이라고도 할 수 있죠. 사실 중간관리자로 올라서게 되면 경제적으로 조금 더 나아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돈에 대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부자가 된다거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노후까지 생각한다면 이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죠.
운 좋게 대기업의 임원 정도까지 올라설 수 있다면 경제적 고민은 상당히 낮아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또한 경쟁의 경쟁과 경쟁, 그리고 더 한 경쟁을 뚫어야만 가능한 일이며, 임원이 된다 할지라도 평생 노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직장에서 마음대로 머물 수 있는 대상은 오로지 자본가 본인과 자본가가 선택한 일부의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결국 직장인의 임금이란 직장에 머무는 동안 먹고살 수 있는 정도를 보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본가는 결코 당신의 임금을 풍족하게 줄 이유가 없으며, 역으로 오히려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영은 노동 임금을 포함한 각종 요소들을 최소한의 자원 투입을 통해 최대한의 결과를 산출해 내도록 만들어 내기 위한 기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경영에는, 그리고 현재의 과학적 경영에는 휴머니즘이 고려되지 않습니다. 그저 마진을 높이기 위해 동원되는, 개선과 보완이 필요한 경영의 한 요소일 뿐인 겁니다. 다만 다행스러운 점은 현대 경영에서는 점점 사람의 동기부여와 질적 성장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이렇게 했을 때 보다 높은 매출과 이익이 가능하다는 것을 자본가들이 비로소 터득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기업에 맞는 인재에 대한 대우와 더불어 복지 등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여전히 자본가들의 관심은 사람이 아닌, 마진에 있다는 겁니다. 자본은 자본을 통해 계속 증식해야만 자본의 역할을 다하기 때문이며, 그래야만 자본가들은 자본가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경영의 팩트이자 본질입니다.
우리의 경제 환경에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자본가들을 위해 돌아가는 만큼 경제 환경 또한 일반인들을 위해 유지되지 않습니다. 혹시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가 무엇인지 알고 계시나요? 바로 ‘빚(대출)’입니다. 자본주의는 빚으로 유지되고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금융을 예로 들어볼까요? 금융은 ‘돈(金)을 융통하다’의 줄임말로, ‘빚(대출)’의 다른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금융의 대표적 기관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로써,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돈을 활용해 사업을 하는 곳이라 할 수 있는데, 나쁘게 말해 ‘돈 놓고 돈 먹기’하는 곳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그렇죠? 이들이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실체는 없으며, 결국 돈을 내고 돈을 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자본주의는 빚이 없으면 유지될 수 없습니다. 왜냐고요? 수많은 금융기관의 수익 체계가 바로 빚, 즉 대출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은행을 예로 들어볼까요? 은행은 예대마진, 즉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금융기관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는다면 은행은 문을 닫게 될 겁니다. 그만큼 빚은 은행에게 있어 중요한 사업인 거죠. 또한 고객이 해 간 대출은 은행이 새로운 돈을 창조해 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자,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은행에는 ‘지급준비율(支給準備率, Cash Reserve Ratio)’이란 제도가 있습니다. 고객이 저축한 돈에 대해 언제든 자신의 돈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일정 비율만큼은 대출하지 않은 채 은행에 보관하는 것으로써, 그래야만 고객들이 안심하고 저축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지급준비율은 ‘신용창조’라고 하는 듣도 보도 못한 용어를 만들어 내는데, 한마디로 지급준비율을 통해 새로운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겁니다(금융에서 '신용'이란 빚 또는 대출을 의미합니다). 신기하죠? 간단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급준비율을 10%라고 해볼게요. 만약 100억의 돈이 A은행에 예금으로 맡겨졌다면 A은행에서는 지급준비율 10%에 해당하는 10억을 남기고 90억을 다른 고객에게 대출해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축한 사람의 계좌에 100억, 대출한 사람의 계좌에 90억의 돈이 입금된 겁니다. 희한하게도 100억의 돈이 190억으로 불어났네요. 돈의 증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대출한 사람이 90억의 돈을 어딘가에 쓰게 되고 이 돈이 다시 B은행으로 들어갔다면, B은행에서는 지급준비율 10%에 해당되는 9억만 남기고 나머지 81억을 또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81억이 늘어나 총금액은 271억(100억+90억+81억)이 됩니다. 멋지지 않나요? 이런 식으로 계속 돈은 새끼에 새끼를 칠 수 있게 되며 최종적으로는 거의 10배에 해당되는 1,000억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은행이나 각종 금융기관에서 어떻게든 대출을 하게 만들려는 이유기도 합니다. 왜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나 문자를 통해 대출하라고 권유하는지 아시겠죠?
지급준비율 제도는 금융시스템과 결합되어 돈의 공급을 무한적으로 늘어나게 만듭니다. 한마디로 돈의 가치를 떨어지게 만드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 모든 정부의 각종 재정, 통화 정책 또한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데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 사태를 보더라도 각 나라 정부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돈의 공급을 극대화했고, 그 결과로 돈의 가치는 바닥까지 떨어지게 되었죠. 물론 경기부양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조치로 인한 파급효과는 서민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영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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