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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un 27. 2022

19년째 살고있는 아파트에 생긴
작지만 큰 변화(전편)

이웃사촌 간의 새로운 관계 맺기


올해 초였던지 싶네요. 


살고 있던 아파트에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장이 선출되고나서부터 무언가 자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적막하기만 하던 아파트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고, 아파트 입구 쪽 양쪽 들장미 정원 길가 벽에는 시가 쓰인 액자들이 걸렸습니다. 또한 아파트 주위 둘레길은 야자매트를 깔아 걷기 좋도록 정비했고, 산책길 한쪽으로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하는 꼬마전구들을 연결해 밤에도 안전하게, 그리고 분위기 있게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바뀌었네요.


이뿐 만이 아닙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약간 돌아서 가야 했는데, 아파트 경사로에 약 2.5층 높이의 목조계단을 설치함으로써 바로 버스정류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의 오래되고 무너져 가던 정자를 허물고, 그 자리에 야외 갤러리와 북카페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목조 바닥을 설치함으로써 산뜻함과 함께 편리성을 더했습니다. 야외 갤러리에는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그림들이 걸렸고, 중앙에는 작은 무대와 함께 기타와 첼로를 배치함으로써 입주민이라면 누구든 와서 연주를 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것 만으로도 멋지지만 진짜 대단한 건 지금부터입니다. 하드웨어가 개선되자 이에 따른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실행되기 시작했죠. 북카페 설치 기념으로 유명 바리스타를 초빙해 원하는 주민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북카페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도록 했죠. 둘레길 개선 기념으로 실시한 보물찾기 행사는 너무 많은 주민들이 참여함으로써 준비한 선물이 금세 동나기도 했고요.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게시판에는 아파트 합창단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걸렸습니다. 합창단? 특이하더군요. 물론 아파트에는 기존 산악회와 길 따라 멋 따라(전국 둘레길 걷기 동호회)가 있었지만, 아파트 내에 이런 동호회가 생긴다니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 아내가 관심을 보이더군요. 해보면 재밌지 않겠냐며 말이죠. 그래, 그렇다면 같이 한번 해볼까? 이 아파트에 2004년에 이사 왔으니 무려 18년을 살고 있지만 이렇게 아파트 동호회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마치 음지에서 양지로 나가는 느낌이었죠.


신청자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10명 수준이었죠. 입주자대표회장이 통기타를 잡았고 우리는 모여 7080 노래를 불렀죠.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살짝 들뜨기도 했고요.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죠. 그렇지 않나요? 무언가 목적 없는 모임은 시간이 지나면 방향을 잃고 사그라진다는 것.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하나 있었네요. 바로 입주자대표회장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네요. 첫인상이 그리 좋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대뜸 제게 ‘형님’이라는 표현을 썼거든요. 나이를 공개해보니 그는 저보다 1.5살 정도 많았습니다. 그러자 금세 용어를 바꾸더군요. ‘형님 같은 동생’이라고요. 더 기분이 안 좋아졌습니다. 게다가 그는 말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또한 창피를 알지만 창피를 잘 이겨내는 타입이었습니다. 그는 창피를 당할 거면 빨리 당할수록 창피하지 않게 된다는 ‘창피 극복론’을 펼쳤습니다. 살짝 개똥철학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사실 18년간 이 아파트에 살면서 너무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었거든요. 이러한 의미 있고 좋은 변화는 주민 모두에게 긍정적 효과를 주리라 싶었습니다.


합창단 명칭은 ‘비발디 소리’로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모임의 정체성 또한 합창단이 아닌 ‘통기타 모임’으로 변모되었네요. 노래를 좋아하고, 통기타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라는 식으로 말이죠. 뭐 어쨌든 만나서 노래 부르는 형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습니다. 일 벌이기 좋아하는 회장의 탐욕(?)이 바로 그것이었죠. 그는 한 달 뒤 아파트 야외갤러리에서의 발표회를 제안했습니다. ‘한여름 밤의 맥주파티’를 진행하는데 우리의 공연을 메인으로 넣자는 것이었죠. 맥주는 한잔은 무료, 그다음부터는 500ml 한 캔에 2,000원씩 판다고 했습니다. 가만, 그러고 보니 합창단이 맥주 판매를 위해 전방위로 투입되는 삐끼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 19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에 생긴 작지만 큰 변화(후편)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https://cafe.naver.com/moneystreamhabit) -- 경알못 탈출 100일 프로젝트



※ 공지사항입니다~!

1. 인문학 배움터 '숭례문학당'과의 콜라보로 진행하는 경제책 함께 읽기 프로그램 <차칸양의 경제산책>이 9기('22년 7월)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번 9기에서는 현재의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가격의 하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꼭 알고 있어야 할 2가지 책인 <돈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홍춘욱)와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염승환)을 준비했습니다. 더불어 2회의 온라인 독서 토론을 통해 최근의 경제 흐름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드릴 예정이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https://shdang.kr/programDetail/PdaA3BKWd2ktexb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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