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경제 강의를 마치며
헐, 그런데 강의장의 문이 닫혀 있네요. 앞 강의가 진행중이었죠. 영어 강의인가 봅니다. 문 틈으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올 정도로 교육열이 대단하네요. 사설 학원에 온 줄...^^ 들어가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있는데 한 젊은 여성분이 오시더니 강사님이냐고 묻네요. 그렇다고 하자 자신을 담당자라 소개하며 아직 입장할 수 없으니 2층 사무실에서 잠깐 대기하라 안내해 줍니다.
잠시 후 원래 강의 시간인 2시가 좀 안되어 강의장으로 이동합니다. 매번 첫 강의는 바쁜 편입니다. 강의 세팅도 그렇지만 준비한 PPT와 영상이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꼭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죠. 체크하는 도중 강의장을 보니 제법 많은 어르신들이 입장하고 계시네요. 약 50명 정도 착석할 수 있는 공간에 30명 정도는 들어오신 것 같습니다. 할머님들은 사춘기 소녀들처럼 가볍게 수다를 나누시고, 할아버님들은 다소 근엄하게 앉아 계시네요. 담당자분 왈, 복지관 생긴 이래 경제 강의는 처음이라 어르신들의 관심도가 꽤 높은 편이라 하네요. 흠, 살짝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네요.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합니다. 어르신들의 열기가 높아 그런지 살짝 덥습니다. 평소대로 마스크를 낀 채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어르신 중 한 분이 제 목소리가 잘 안들린다며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청합니다. 어르신들은 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겁니다. 응? 정말 괜찮을까? 다시 여쭤보니 그게 좋겠다고 하시네요. 결국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앞에 계신 할머니의 한마디가 들려옵니다.
상의도 탈의합니다. 날도 더운데 벗고 하라는 겁니다. 정말 웬만하면 상의를 벗지 않는데 어르신들이 보기에 더워 보인다는 말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상의도, 마스크도 벗으니 홀가분하긴 하네요. 뭔가 갑옷을 내려 놓은 느낌이랄까요?^^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본격적인 강의로 들어갑니다. 50분 정도 진행한 후에는 반드시 10분 정도 쉬어야 합니다. 이건 어르신들뿐 아니라 모든 강의에서도 마찬가지죠. 수강생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강의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제 목소리는 졸음을 부르는 마법과도 같은 힘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중간에 끊어줘야만 하죠!^^
휴식 시간에 앞에 앉으신 어르신께 혹시 강의가 좀 어렵지 않냐고 여쭤봅니다. 그러자 나오는 대답.
예상치 못한 답변에 살짝 웃음이 터집니다. 뭐라고 말을 드려야 할지. 그래도 다행입니다. 재밌다는 건 흥미를 끌었다는 거니까요. 어차피 경제란 분야를 100%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태어나 처음 듣는 경제에 흥미와 재미를 느꼈다는 건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아, 강의 중에 살짝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강의 중간에 어르신들 당 보충하라고 초코파이와 같은 간식류를 한분이 돌아다니며 나눠주시더군요. 그러더니 제 앞에 오셔서는 선생님도 드시라며 간식을 놓고 가시는 겁니다. 게다가 커피 믹스까지 한잔 타서 말이죠. 다른 강의장에서는 절대 경험하지 못할 이런 어수선함이 너무 좋더군요. 강의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선생님’이라며 신경써주시는 마음이 얼마나 감동적이던지요.^^
매번 강의 첫 날 휴식시간에는 꼭 함께 보는 영상이 있습니다. 방송사고 레전드 영상('나라의 경제를 얘기하는데 파리가...')인데, 경제 TV 방송이기 때문에 제가 진행하는 경제 강의와도 잘 맞고, 거기에 적절한 웃음까지 선사하기 때문에 아주 좋더군요.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전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는.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RBKCMDYAJT8
*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ongpa.newstool.co.kr/view.php?eid=8602&aid=9345
(3편에 계속)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https://cafe.naver.com/moneystreamhabit) -- 경알못 탈출 100일 프로젝트
1. 어찌어찌하다보니 벌써 여섯 번째 책이네요. 이번에는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라는 제목의 공저입니다. 영화 18편을 엄선해 심리/경제/교육문화 3인의 전문가가 각각의 관점으로 글을 썼습니다. 영화 한편을 통해 3가지 맛을 느껴볼 수 있죠. 소위 3인 3색, 3가지 토핑으로 영화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글이라고는 하지만 에세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색다른 영화 읽기를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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