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Feb 27. 2023

당신이 하는 것은 투자인가요, 투기인가요?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


묻지마 투자?


주식시장이 과열될 때면 뉴스에 항상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묻지마 투자’가 그것으로, 투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몫 챙기기 위해 증권사를 방문해서는 ‘뭉탱이 돈’을 맡기고 간다는 것이다. 소개받은 직원에게 자신의 투자금을 맡기는 경우도 있고, 증권사 자체에 위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되었든 자신의 돈이 어디에 투자될지 잘 모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바라는 수익만 잘 챙겨주면 만사 오케이다.


그림.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


‘묻지마 투자’는 과연 투자일까, 투기일까? 아니 그전에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투자는 좋은 것이고, 투기는 나쁜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투자(投資)는 자산(資)을 보고 하는 것임에 비해, 투기(投機)는 기회(機)만 노리고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맞다. 일반적 정의에 의하면 투자와 투자는 다음과 같이 구분될 수 있다.


- 투자 : 미래에 더 큰 구매력을 얻기 위해 현재의 구매력을 일부 포기하는 행위로써 경제주체가 예금, 적금,

            주식, 채권, 파생상품, 원자재, 부동산 및 기타 실물자산/금융자산을 구입하여 보유하는 것

- 투기 : 시세 변동 같은 기회에 맞춰 매수나 매매를 하여 이익을 보려고 하는 것

                                                                                               (출처 : 나무위키)


위 정의에 의하면 사실 투자에도 투기의 속성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시세 변동을 잘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전자에 투자한다고 할 때 아무래도 주가가 많이 하락했을 때 매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본다면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은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하겠다.


필자는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을 좀 더 간단명료하게 구분하고 있다. 투자는 ‘알고 하는 것’이고 투기는 ‘모르고 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른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리스크’다. 예를 들어 펀드에 투자한다고 할 때 그 펀드의 리스크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그럼에도 하는 것이 바로 투자라 정의하는 것이다. 즉 어떤 상황이나 변화에 따라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공부하고 분석한 결과 그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판단될 때 그 상품을 매수하는 것이 바로 투자라는 거다.


투기는 리스크 자체를 모르는 행위다. 리스크보다는 수익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기 때문에 원금 손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아예 모르거나 회피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싶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리스크를 분석하며 진짜 투자를 실행한 사람들보다 더 크게 분노하고 억울해하는 거다. 수익만 기대했는데 손실이라니! 하지만 자승자박(自繩自縛), 스스로 만든 결과라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묻지마 투자’는 투자가 아닌 투기라 하겠다.



독일국채 금리에 투자하는 DLF(파생결합펀드)


2019년 실제 두 은행에서 판매했던 파생상품 하나를 소개해 보겠다.


그림. 독일금리 DLF 투자 안내서


DLF란 Derivative Linked Fund의 약자로써, 파생결합펀드라 부른다. 일단 펀드는 주머니로 생각하면 쉬운데, 주머니 안에 어떤 내용물을 넣느냐에 따라 펀드의 종류가 결정된다. 만약 주식을 넣으면 주식형 펀드, 채권을 넣으면 채권형 펀드가 되는 식이다. DLF는 주머니 안에 파생결합상품을 넣었다는 의미인데, 위에 소개한 독일금리 DLF는 독일국채 10년물이 내용물로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파생이란 말이 있으면 무조건 조건이 붙어있다 생각하면 된다. 즉 이러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면 제시한 수익률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조건 미달성 시에는 수익은커녕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파생(결합) 상품의 특징이다.


위 독일금리 DLF의 만기는 6개월로 조건 충족 시 4.2%의 수익률을 준다고 적혀 있다. 펀드 안 내용물은 독일연방정부에서 발행한 독일국채 10년 물로써, 수익률 달성 조건은 6개월 만기 시점에 국채 금리 –0.2% 이상일 경우이다. 즉 가입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독일국채 금리가 –0.2%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4.2% 수익을 주겠다는 상품이었다.


안내서 아래쪽에는 독일국채 금리에 대한 전망이 실려져 있는데 2019년 하반기 채권금리가 0.3% 내외로 상승될 전망이며, 추가적으로 2000년 1월 1일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0.2%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괜찮으니 걱정 말고 매수하라는 거다. 여기에 결정타가 될 설명이 하나 더 첨부되어 있다. 6개월 뒤 금리 전망에 대해 무려 6,823회나 시뮬레이션(백테스트)을 했는데 100%의 확률로 4.2%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100%가 무엇을 뜻하는가? 무조건이라 보면 된다는 거다.


이 설명에 많은 사람들이 상품에 가입했다. 솔직히 안 하면 바보 아닌가? 100%라는데 말이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가입자들의 대부분이 4.2% 이자는 고사하고, 무려 44%의 원금 손실 폭탄을 맞고 말았다. 6개월 뒤인 2019년 8월 독일국채 금리가 –0.7%까지 떨어졌던 것이다. 뒤늦게 은행을 찾아가 상품을 소개한 직원의 멱살을 쥐고 호통을 친 사람들도 많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상품에 가입할 때 ‘손실 발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서류에 사인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독일금리 DLF에 투자한 사람들은 과연 투자를 한 것일까? 아니다. 그들은 투기를 한 것이라 봐야 한다. 왜? 독일국채에 대해 잘 몰랐고, 더불어 이 상품의 리스크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은행 직원이 설명한 수익률과 내용에 솔깃했기 때문이었고, 그 결과는 그야말로 참혹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국채도 잘 모르는 판국에 독일 국채라니... 잘 모르는 분야라면, 그리고 리스크를 내가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면 아예 투자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수익률이 아까울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먼저 내 돈부터 잘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리스크를 잘 모를 때는 매수하지 않는 것, 이 또한 소극적이지만 투자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 이 글은 이번에 새로이 출간된 신간 <여유로운 퇴직을 위한 생애설계>(정도영/차칸양 지음, 청년정신)에 수록된 글의 일부입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강의, 칼럼 기고 및 재무컨설팅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https://cafe.naver.com/moneystreamhabit) -- 경알못 탈출 100일 프로젝트


※ 공지사항입니다~!

1. 차칸양의 7번째 신간 『여유로운 퇴직을 위한 생애설계』(정도영/차칸양 지음, 청년정신)가 출간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2가지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만 합니다. 하나는 퇴직 이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은퇴 이후의 삶입니다. 이는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을 생애설계라 부릅니다. 생애설계는 결코 돈 문제 하나가 아닌, 일과 인생의 문제까지 얽힌 복잡한 과정입니다. 또한 나무 하나 만이 아닌, 숲을 보는 넓은 관점이 필요합니다. 생애설계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배우고 싶다면 연 200회 이상을 강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커리어 컨설턴트(정도영), 재무 컨설턴트(차칸양)가 친절하게 알려드리는 『여유로운 퇴직을 위한 생애설계』를 먼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7586583


2. 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Life Balance Consultant) 차칸양이 개인 재무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소 자산관리나 재무설계 그리고 노후 대비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실행하지 못했던 분들, 투자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거나 겁부터 나시는 분들 혹은 실패하신 분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함으로써 경제 플랜을 세워야 하는 새내기 직장인들, 퇴직을 앞두고 경제를 비롯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 등 경제와 관련된 조언과 해법을 드립니다. 또한 컨설팅을 진행하더라도 절대 펀드, 보험상품 등에 대한 가입 권유를 드리지 않습니다.^^

방식은 직접 대면과 온라인(화상) 방식 2가지가 있으니 본인의 상황에 따라 신청하시면 됩니다. 직접 대면이 꺼려지거나 거리상으로 먼 지방 거주자의 경우 온라인 방식을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재무, 투자 그리고 인생 준비를 위한 여러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의 많은 관심 바라며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https://brunch.co.kr/@bang1999/489

https://brunch.co.kr/@bang1999/519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보니 7번째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