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려고 하는 코칭

오늘도 망하는 중입니다.

by 지언 방혜린

지난 11월 말, 나는 코치가 되기 위한 연수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 함께 연수를 받은 작가님들과 서로 코치와 피코치가 되어 실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열심히 하려 하면 할수록 코칭은 어렵기만 하고, 자꾸만 꼬인다.

오늘은 총 다섯 번의 코칭 중 두 번은 코치로, 세 번은 피코치로 참여했다.
대부분의 코칭은 가열차게 망했고, 망치고, 말아먹었다.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코칭은 누군가의 꿈을 함께 바라봐 주고 성장을 응원하는 일이다.

상대의 마음을 보고, 읽고, 느끼고, 변화를 돕는 과정을 통해 멈춰 있던 자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판단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으며, 조언하지 않는다.
코칭을 받는 사람보다 더 그 사람을 믿어주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곁을 내어주는 역할, 그것이 코칭이다.

이런 코칭은 내가 평소 중요하게 생각해 온 가치와 깊이 맞닿아 있었다.


심리상담도, 카운슬링도, 컨설팅도 아니다.
인간을 창의적이고 잠재력이 풍부한 전인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스스로 삶을 세우는 답을 찾아가도록 질문하는 역할.


누군가의 삶에 초대되어 꿈을 찾는 여정에 잠시 머무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축복받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와 딱 맞는 일이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연수가 끝난 뒤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실습을 이어갔다.
설렘과 들뜬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를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마치 손만 대면 황금으로 변하는 마이더스의 손처럼,
내가 코칭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명쾌한 답을 찾아 꿈을 향해 직진하는 실크로드로 보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자만이고 오만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치를 알면서 무게를 예측하지 못했다.
구구단도 못 하면서 곱셈과 나눗셈을 하려 했고,
한글도 모르면서 멋진 시를 쓰려했으며,
계산도 하지 않고 영수증을 받으려 한 셈이었다.


한순간에 무너진 마음은 몸까지 영향을 주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다.
코칭은 누군가의 삶을 위해 오로지, 온전히, 오롯이 초집중하여 경청하고
오직 그 사람만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다시 숨 쉬게 하는 심폐소생술 같은 일이다.

불어넣은 숨결은 심장을 뛰게 하고, 비전을 바라 보게 하며,
목표를 향해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된다.

그야말로 고 난이도의 집중력을 소모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몸과 마음이 무너지니 코칭이 더욱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해서 누군가의 성장을 돕기는커녕 방해가 되면 어쩌지?’
두려움은 어느새 집채만 한 크기로 커져
나를 통째로 삼키려 달려들었고, 나는 불안과 공포를 이기지 못한 채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감정이 무너져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울 때 정말 못생겨진다.
온 얼굴이 찌그러지고 벌게지고, 눈물보다 눈치 없이 두 배 속도로 콧물이 흘러나와
범벅이 된 오징어 얼굴이 된다. 그래서 남들 앞에서 우는 건 늘 죽을힘을 다해 참아내려 노력하는 편이다.)


이런 일이 첫 술에 배부를 리가 있겠는가.
과정을 수료하고 실습 몇 번으로 잘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은가.
사람의 정신과 삶을 다루는 일이 어찌 그렇게 쉽게 완성될 수 있겠는가.


코칭이 좋은 이유는 누군가의 성장을 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가 코칭이 된다는 점이다.


엉켜버린 실타래의 끝을 찾아 차근차근 다시 감아가듯
나의 감정과 생각, 마음을 하나씩 정리하며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잘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내가 누군가의 인생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을 내려놓고, 완벽하려는 마음 또한 벗어던지려 노력 중이다.

결국 내가 하려 앞서는 마음이 문제였다. 우리는 질문하는 사람이라는 본질을 망각했다.

상대방이 찾아낼 수 있다고 전적으로 믿는 마음이 부족했다.


요즘 나는 처절하게, 완벽하게 망하고 깨지기 위해 코칭을 한다.

처음에는 그렇게 두렵고 하기 싫었던 말아먹은 코칭들이 가만히 들여다보고, 복기하고, 곱씹을수록
나를 성장시킨다.


단련시키고, 깨우친다.
망하면 망할수록 더 단단해진다.

서른여 번의 코칭 중 ‘그래도 잘되었다’고 기억에 남는 코칭은 단 두 번뿐이다.

하지만 그 두 번은 기억도 안나는 망한 스물여덟 번의 코칭보다 훨씬 또렷하게
감각에, 에너지에,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 벅차오름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북극성처럼, 그 두 번의 기억을 바라보고 있으면
망해도, 잘 못해도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는 오늘도 성공한 코치가 되기 위해

씩씩하게 망한 코칭을 하러 간다.

모든 경험은 나의 자산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메시지를 보낸다.

“작가님들 (대차게 망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 코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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