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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ng Juha Apr 06. 2021

볕이 들지 않는 곳으로

삶의 아름다움은 오후 다섯시 같아요.

어제는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을 겪으며, 그 일이 나에게 일말의 영향도 미치지 못하도록 한껏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마치 오래된 집에서 불현듯 물이 새듯, 마음 한 켠에서 차오르는 서글픔을 보았다. 또 다시 물이 새는구나. 새 집이라고 여겼는데 손 쓸 틈도 없이 누수가 생겼구나. 그런 마음으로 새어나오는 감정을 바라보다 결국은 울음을 터뜨렸다. 


어제는 어떤 이의 밑바닥을 지켜보며 사람의 마음은 어디까지 악할 수 있는 걸까 하고 곰곰히 생각하다, 결국 더불어 악해지고야 마는 스스로를 마주했고, 약함은 어째서 악함으로 변질되는가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볕이 적당한 곳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움이 트고, 눅눅하고 습한 곳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다. 나는 새벽, 아직도 해가 뜨지 않는 시간에 일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볕이 들지 않는 곳에 있어도 볕이 들고 있음을 느꼈는데, 어제는 그 가운데서 발견한 푸른 곰팡이 때문에 살짝 기운이 빠져버렸다. 


이 땅에 사는 동안, 나는 언제까지나 아름다움이 추함을 마중하는 장면을 보아야 한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의 저자들은 불굴의 의지로 암흑의 세계에 전구를 달았고, 그것이 믿음으로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나 또한 그러한 세계를 쫓고 있지만 그럼에도 밝혀지지 않는 아주 은밀한 어둠들이 도처에 드리워져 있음을 본다. 추하구나. 추한 동시에 아름다울 수는 없는 일이지만 유일하게 인간만이 그러하다. 


나는 어쩐지 처연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굽어진 것을 펼 수 있다면, 하는 마음. 눈부시게 아름답게 여겨지는 사람을 만날 때, 지금의 이 심정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광명한 천사의 얼굴로 다가오는 행운에 속지 않을 것이다. 빛은 굽어들어오지 않는다. 나를 눈 멀게 한 광명한 빛을 쫓아 볕이 들지 않는 곳으로 다시는, 절대로, 걸어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첨부한 사진은 이 글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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