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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립국 Apr 22. 2021

오늘의 서술, #12 광장

#12 광장


 오방이가 집에 온지 1년이 됐다. 오방이는 연갈색 포메라니언으로 함께 사는 반려견이다.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되어 사설 유기견 보호소에 있다 나와 만났고, 송곳니와 어금니 몇개를 제외하고 이가 없다. 상해서 뽑았다고 한다. 나이도 2살 이상이라고만 알고 있다. 병원에서는 나이가 더 많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1년을 같이 살았지만 사실 아는 게 별로 없다. 나이에 비해 크기가 작은 편이어서 어리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산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먹는 것 외엔 별로 관심이 없다. 공장에서 갇혀 지내서 그런지 사회성이 부족해 산책을 할 때 다른 강아지나 동물들과 만나면 피한다. 그리고 다른 강아지처럼 앞서 나가는 법이 없다. 기분 좋으면 옆에 바짝 붙고 평소에는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목줄이 필요 없을 정도. 힘들면 가만히 서 있거나 주저 앉는다. 몇 미터 떨어지면 그제서야 후다닥 뛰어 오는데 그게 너무 귀엽다.

 

 오방이가 집에 오고 나서 생활의 중심이 바뀌었다. 더욱 더 집돌이가 되었고, 밖을 나가더라도 같이 갈 수 있는 곳을 물색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외식이 줄었다. 반려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 아니겠나. 그리고 또 바뀐 점이 있다면 오방이때문에 사람들과 더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다. 오방이때문에 옆집의 할머니와 안면을 트게 됐고, 경비아저씨 또한 인사만 하는 사이였는데, 오방이를 예뻐하셔서 분리 수거할 때 봐달라고 부탁도 드린다. 두분 다 지금은 아니지만 강아지가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오방이가 집에 혼자 있을 때 짖으면 음악을 틀어놓는게 좋다고 조언도 해주셨다.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친 어떤 분은 예뻐해주시며 헤어질 때 인사까지 하신다. 오방이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생각해보면 그런 존재들이 있다. 우리를 묶어주는 것들. 서먹서먹한 형제들이 어린 조카때문에 하나가 되고, 인종이나 나라가 달라도 BTS로 하나가 된다. 존재 자체로 마음의 광장을 열어준다. 어렸을 땐 박찬호의 투구나 박세리의 퍼팅이 사람들에게 무슨 큰 힘이 됐나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최소한 한마음으로 열광하고 응원하게 했다는 것. 신형철의 말을 그대로 가져오자면 느낌의 공동체다.

 

 진태라는 반려견을 키우는 동글이라는 사람이 있다.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사람인데, 책도 쓰고 기발한 방법으로 운동을 하는 등 활동가 비슷한 일을 하다 최근엔 진태를 주인공으로 유투브를 운영하고 있다. 꽤 오랜 기간동안 텐트를 들고 전국일주를 하며 시위를 하던 중 어느 시골에서 진태를 만났다고 한다. 으슥한 곳에 묶여서 지내고 있었는데 자신을 보고는 그렇게 좋다고 달려들었단다. 자기 턱을 땅에 박으면서까지 죽자고 반겼었던 것 같다. 고단한 여행길에 한참을 웃었다고, 생각해보면 자기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웃음을 준 적이 있나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절까지 하고 왔다고 글에도 썼다. 오방이도 그렇다. 3Kg 쯤 되는 그 작은 몸에 커다란 광장을 열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웃게 만든다.


 오방이가 처음 왔을 때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을 비교하면 조금 변한 것 같다. 좋은 변화인지는 모르겠다. 부족하고 부족하지만 같이 오래 살았으면 한다.


우리 다소곳한 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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