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썬을 보고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살았다. 어렸을 때 부터 낚시를 좋아해서 자주 개울에 나가 물고기를 잡았다. 아마도 아빠에게 낚시를 배웠겠지만, 장면이나 기억이 떠오르진 않는다. 하지만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 하나가 있다.
10살 정도 됐을거다. 해가 질 무렵이었는데, 아빠가 낚싯대를 챙겨서 고기 잡으러 가자고 했다. 함께 낚시를 한 적이 거의 없어서 좋다고 따라 나섰다. 이렇게 어둑한데 고기가 잡혀요라고 물었다. 이 시간대에는 날벌레들이 물 위에 많이 날아다니는데, 물고기들이 그걸 잡아먹으려고 나오니 확률이 높다고 말씀하셨다. 포인트로 향하는 길에 냇가를 보니 진짜로 물고기들이 물 위에 날벌레를 잡기 위해 점프를 하면서 생기는 파동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사라졌다. 날아 올랐다 물 속으로 다시 떨어지는 첨벙 소리와 함께.
포인트에 도착해서 아빠는, 몸을 한껏 숙이고 아주 조용하게 물가에 다다간 후 낚싯줄을 던졌다. 그리고 무릎을 모아 몸을 웅크리고 조심스럽게 낚시질을 했다. 폭이 10m도 안되는 작은 하천이고 유속이 좀 있어서 저수지의 낚시처럼 한번 던지고 계속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물에 미끼를 흘리면서 하는 낚시법이었다. 그래서 건졌다 조금 위쪽에 미끼를 다시 던지고 어느 정도 흐르면 다시 위쪽에 던지는 패턴을 반복하는데, 어깨 너머 배울 겨를도 없이 아주 금새 물고기를 낚아 올렸다. 아빠 손바닥보다 더 컸으니 20센티는 넘었다. 한 마리를 잡고는 빨간색 플라스틱 양동이에 담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 이야기에서 정말로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은 산 능선에 걸린 붉은 태양과 그 빛에 반사된 붉은 물, 그리고 작은 바위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낚싯대를 잡고 있는 아빠의 뒷모습 뿐이다.
오늘 영화 <애프터썬> 을 보고 왔는데,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이 때 나의 나이도, 아빠의 나이도 영화 속 그 둘의 나이와 비슷했을거다. 요즘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더 어렸을 아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없이 살던 그 시절 삼남매를 키우면서 아빠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사셨을까. 붉은 개울가에서 내가 바라봤던 당신의 어깨에는 태양보다 더 무거운게 걸려있지 않았을까. 영화 속, 벌거벗은 몸으로 하염없이 울고 있는 그 장면에서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