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미진 Mijin Baek Dec 13. 2018

<사용자 스토리 맵 만들기> 번역 후기

User Story Mapping, 원서 번역은 한국말을 잘해야 한다

지난 5월부터 작업한 책 <사용자 스토리 맵 만들기:아이디어를 올바른 제품으로 만드는 여정>이 2018년 11월 27일에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50명의 독자는 좀 더 빨리, 11/23에 열린 애자일코리아 컨퍼런스 2018에서 만날 수 있었다. 올해 내가 회사에서 했던 일을 애코컨에서 발표할 것을 목표로 삼고 출판 일을 컨퍼런스에 맞췄기 때문이다.

네 프로젝트가 내 프로젝트가 되는 여정 by. 백미진

영상 : https://youtu.be/9gj76bXspiA 

발표자료 : https://www.slideshare.net/MijinBaek/2018akc 








원서인 <User Story Mapping, Jeff Patton>의 출간일은 2014년 9월이다.

출간된 지 4년 만에 한국어판이 나오게 됐다는 이야기인데, 아마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길 게다. 보통 이렇게 유명한 책은 원서가 출간된 이후 일 년 정도면 나오니까.


내가 이 책의 번역자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갑자기였다.

Scrum guide 짧은 아티클 번역은 간혹 했어도 300쪽이 넘는 호흡이 긴 책을 번역한 일은 처음이고 출판도 처음이었다. 이 책에 발을 담그게 된 그 날부터 책이 나오는 날까지 여정 전체가 (나에겐) 흥미로와서 이번 작업에 대한 회고 겸 소회를 남겨본다.








책을 번역하는 모든 과정이 좋았지만, 이 책을 내가 번역하게 된 그 계기부터 흥미롭다.

때문에 '옮긴이 서문'에 그 내용을 넣으려고 써두었다가 책은 종이에 찍히면 10년 이상 봐야 하기 때문에 탈고하며 삭제했다. 하지만 긴 설명을 하는 것보다 그 부분을 읽으면 어떻게 내가 이 책의 번역자가 되었는지 알 수 있고, 웃음 포인트도 넣어 쓴 거라 남겨본다.


#고마운 사람, 나 자신

이 책은 2014년에 출판됐다. 난 제프 패튼의 오랜 팬이라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예약을 걸어뒀다가 손에 넣었다. 기회가 되면 한글판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원서가 어떻게 한국에 출판되는지 그 프로세스를 몰라서 딱히 적극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올해 4월 3일 원서의 특정 장을 다시 보다가 문득 한글판이 나왔는지 궁금해서 검색한 게 시작이었다. 인사이트에서 2015년에 작업 중이라고 올린 페이스북 포스팅이 보였다. 하지만 출판사 홈페이지의 출판 목록에서 찾을 수 없어서 '혹시 작업 중인가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얼마 뒤 누군가 진행이 멈췄다는 대댓글을 남겼다. 그래서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인사이트 출판사 페이지에 user story mapping 문의한 백미진입니다. 번역이 진행되는 줄 몰랐다가 오늘 알았어요. 현업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고, 이 책에 애착이 남다른데 혹시 어떤 방식으로든 책 나오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알고 보니 대댓글을 단 사람은 출판사 사장님이셨다.

나 말고도 꽤 많은 사람이 이 책의 한국어판을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걸 안다. 만약 내가 지난 4월 3일 구글링을 하다가 찾은 그 포스팅을 보고 '아, 지금 작업 중인가 보네'하고 그냥 넘어갔다면 여러분은 한동안 이 책을 볼 수 없었을 게다. 고로 지금 시점에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데는 내 공이 가장 크다. 훗-  


이 에피소드를 지인들에게 이야기하면 반응이 한결같았다.

"와, 나 같으면 그냥 '네' 하고 말았을 텐데!!"

말하기 귀찮아서 책에 넣으려고 했던 건데 위의 단락을 빼면서 옮긴 이 서문의 순서가 많이 바뀌었다. 그 덕분에 훨씬 더 매끄러워졌기 때문에 빼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기성 사장님 감사요!)



이와 더불어 마지막에 써두었던 단락도 뺐다.


#서평이벤트

최근 테니스에 푹 빠져있다. 주 6일을 칠 때도 있다.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과정 또한 애자일스럽다고 느꼈는데, 아무래도 직업병 같다. 내 페이스북에 책 소개를 올려두었으니 서평 링크를 남겨주면 추첨을 통해 <나의 친필 사인이 담긴 '매우 가치 있고 유니크한' 테니스공>을 드리겠다. 간직했다가 소더비에 내놔도 뭐라고 하지 않겠다. 영광인 줄 알아라.


아마 느낌이 올 테지만, 얼마 전 영국 뱅씨 뱅크시가 소더비에 내놨던 본인의 작품에 장치를 해두었다가 미술계를 조롱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게 #서평이벤트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병맛 가득한 저 단락은 서문을 쓰던 중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그냥 서문을 쓰던 페이지 끝에 써두었던 내용이다. '나중에 SNS 이벤트나 해야지, 굿즈도 만들고'라는 생각만 하고 아직 진행은 못 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긴 할거다.








이 책은 내가 원저자는 아니지만, 한국어판의 저자가 백미진이라서 주변의 관심이 많다.

출신이 공대생인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서 가끔 특정 주제로 글을 기고하는 걸 아는 지인들은 언제 책을 쓰냐고 물어온다.


이번에 책을 번역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두 가지가 있다.

* 영어책 번역은 영어보다 한국말을 잘해야 한다.

* 긴 호흡의 글을 쓰는 일은 어렵다.


두 번째 이유로 아마 온전한 내 책을 쓰는 일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영어책 번역은 영어보다 한국말을 잘해야 한다.

예전에 영어 과외를 받을 때 영어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미진 씨는 한국말을 영어보다 월등히 잘해서 영어를 말하는걸 어려워하는 거예요. 본인의 한국어 수준을 낮춰요. 더 쉬운 단어와 더 짧은 문장으로요."

영어로 쓰인 특정 주제의 책을 번역하는 과정은 해당 도메인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영어로 된 글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일이 먼저다. 그리고 그걸 다시 적절한 한국어 표현으로 풀어내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즉, 이 일의 완성은 한국어 표현이 매끄러워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더 나은 품질로 번역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긴 호흡의 글을 쓰는 일은 어렵다. 절대 쉽지 않다.

긴 호흡의 글을 쓴다는 것은 1쪽에 글을 쓰던 나와 235쪽을 쓰는 내가 비슷한 수준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1쪽에 쓴 내용과 235쪽에 쓴 내용의 앞뒤가 안 맞으면 독자는 힘들테니.

이 책의 리뷰어로 참여하신, 번역을 꾸준히 하고 계시는 업계 지인은 유명한 어떤 책을 9년째 탈고하지 못했다고 했다. 총 4권짜리 시리즈인데, 탈고하지 못한 이유가 이렇다. 연초가 되면 '이 책을 빨리 끝내야지!'하며 마음 다잡고 번역을 막 하다가 바빠져서 잠시 손을 놓고 있다 보면 연말이 된단다. 그러고 나서 이듬해 초 다시 '이 책을 빨리 끝내야지!'하고 책을 펼치면 이전에 번역했던 내용이 새로워서 다시 처음부터 보게 된다고. 그래서 여태껏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마 10년을 꽉 채울 것 같다고.


미드 <닥터 하우스>로 유명한 작가 데이비드 쇼어는 드라마가 시작되면 작가센터를 만들고, 작가들이 모여서 전체 스토리라인과 구체적인 아웃라인을 합의한 후 작가들 각자가 시나리오를 써오면 대표작가인 그가 최종 검수를 하고 조율한다고 했다.  

http://news.donga.com/Main/3/all/20181015/92394365/1 

    


아, 희망적인 건 뒤로 갈수록 학습을 거듭하며 품질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마지막에 리뷰어들의 피드백에서도 그랬다. 뱅번역봇이 학습을 거듭해 좋아졌다고, 알고리즘이 좋은 것 같다고 대꾸했다.

 







책을 최종 검수하는 단계는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고칠 곳을 출판사로 전달하면 해당 부분을 고쳐서 다시 보내온다.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읽으며 혹시 이전에 놓친 오탈자는 없는지, 그림의 번역은 제대로 들어갔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한 단어로 바뀌지 않은 곳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했기에 책 전체를 여러 번 다시 읽었다. 368쪽에 이르는 한국어책을 꼼꼼히 몇 번씩 본다는 건 아무리 내가 쓴 글이라도 어려웠다. 나중엔 거의 외울 지경이었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고칠 부분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정말로 다행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국엔 책이 나왔고, 출판사에서는 약속했던 대로 11월 23일 애자일코리아컨퍼런스2018에서 가장 먼저 선보일 수 있도록 출판일보다 이르게 준비해주셨다. 보통 컨퍼런스에서 많이 팔면 30권 정도라며 30권을 준비해오셨고, 내가 따로 20권을 주문했는데 컨퍼런스 강연자의 책이 그날 처음으로 선보인다는 점 때문인지 준비했던 책 50권이 완판됐다. 이 자리를 빌려 그날 책을 구매하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아, 책은 아래 링크를 통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 교보문고 https://bit.ly/2DTYRGA 

* 알라딘 https://bit.ly/2FJN7Z1 

* Yes24 https://bit.ly/2P48kfx 

* 인터파크 https://bit.ly/2FH4qKo 

* 이외 링크 통합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262117 


 

 



보너스로 책에 담긴 <옮긴이 서문>을 덧붙인다.



# For dummies

스토리 매핑이라는 제목 자체가 애자일의 한 방법론을 일러주는 레시피같아 마치 IT 씬에서 주로 쓰이는, 개발자나 그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애자일은 다양한 방법론으로 구체화되었지만 결국에는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있다. 프로젝트에서 나와 다른 역할자 간의 의사소통이 더 효과적일수록 일은 더 잘 돌아간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이쯤 되면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텐데, 이 책이 바로 그런 내용을 충실하게 담고 있다. 나와 내 동료들이 다양한 도메인의 프로젝트에서 사용자 스토리 매핑 워크숍과 결과물을 활용하여 큰 도움을 받았듯, 여러분도 어떤 도메인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든 도움이 될 게다.


#넌 하는 일이 뭐니

회사에서 했던 일을 꼽아보면 그 역할도 일도 너무 다양하다. 지금은 내가 했던 그 일들이 결국엔 조직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하고 가시화하여 조직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업무였다는걸 알지만, 그런 일들은 마주했던 순간에는 그저 업무 프로세스상의 구멍난 부분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소속 조직과 상관없는 다른 조직의 일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러다보니 사내외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응, 그래서 네가 하는 일이 뭐야?”라는 질문을 자주 받아왔다. 그래서 이 책을 쓴 제프에게 매우 고맙다.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오랫동안 고민했었는데, 그 답을 이 책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 제조업체에서 10년간의 여정

올해로 LG전자를 다닌 지 10년 차다. 내년 3월 1일이면 만 10년이 된다. 언젠가부터 임베디드 제품, 제조업 기반의 회사, 대기업인 이곳에서 애자일을 정착시키겠다는 야심 찬 포부가 생겼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애자일 코치, 퍼실리테이터, 생산성 코치로 자리 잡기까지 그 여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체의 메인은 개발자이고 대기업 특성상 그 외의 역할은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겪는다. 그런데도 "내가 꾸릴 조직에 와서 날 도와줄래?"라고 하신 임원이 생겼고 "네가 같이 일할 동료를 직접 골라봐"라고 했던 일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고 본다.

그렇다, 느리긴 해도 바뀌긴 한다. 모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서서히 변하고 있다. 대기업 프로세스가 애초에 그렇게 생겨먹었다. 수만 명의 임직원을 굶기지 않을 견고한 프로세스, 그걸 잘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서 오늘도 망하지 않고 잘 굴러간다는 걸 깨닫는 데 10년이 걸렸다. 이제는 대기업에서도 애자일이 돌아가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그래서 이다음 나의 여정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하여간 기존 프로세스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걸 고치려고 시도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큰 조직에서 그 느림에 힘들어 하는 나와 내 동료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안다. 그래서 현업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모두에게 감사한다. 우리 모두 지치지 말자.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


# 고마운 사람들

(호칭은 생략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호불호가 분명해 관심 가는 일에만 에너지를 쏟는지라 대기업에 오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LG전자에서 10년 동안 재밌게 지낼 수 있었던 건 이분들의 공이 가장 크다. 전정우 이승화 이강원 김원범 황정환 권봉석 남호준. 이들은 적당한 시점에 날 발굴해주셨고, 알맞은 자리에서 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었으며, 좋은 동료이자 선배가 되어주셨다. 그중 (지금은 다른 회사로 간) 승화 님은 오랜 동료로서 내가 회사에서 힘든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정신줄을 잘 잡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한 멘토다. 게다가 인문학까지 섭렵하고 있는 책 덕후라서 이 책의 리뷰마저 도와주었다. 그리고 이강원 님은 사실 우리 상무님이다. 그동안 사업부에서 개발자 말고 다른 역할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애자일 코치 겸 퍼실리테이터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주시고 공식적인 역할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주셨다.

안 그래도 좋은 책이 좀 더 나은 번역본으로 탄생할 수 있게끔 꼼꼼히 리뷰해준 신황규 조승빈 홍영기. 황규 님은 오래전부터 날 그의 팀에 조인시키려고 애썼으나 경쟁사라는 이유로 매번 실패했다. 애도의 말을 전한다.

내가 처음 애자일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xper라는 개발자 모임이었다. 그 모임에서 만나 지금은 애자일 코리아 컨퍼런스의 오거나이저로 연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채수원 이현찬 박계홍 장정화 김미진.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이들이 있어 계속 힘을 낼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지금껏 내가 하는 일을 지지해 주고 응원을 아끼지 않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상아 방지예 이재학 모형대 송근창 이건일 민구봉 곽원기 전원호 우정길 진덕영 문일형 현수진 이춘식 성기영 전선희 김용은 방준석 유미진 강동국 한승헌 이종규 김형국 박용학 신재동 윤청하 하광성 김준형 이상규 송영준 박미정 님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사실 이 책에는 숨은 공로자가 한 명 있는데 옆자리 동료 이성환이다. 인덱싱 작업을 도와주었고 번역 작업이 지루해질 만하면 쪼아서 속도를 내게 했으며 퇴근 후엔 같이 테니스도 쳐주었다. 또, 이 좋은 책을 번역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주시고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함께 봐주신 인사이트 출판사 한기성 사장님께 감사한다.

내가 성장해 온 여정에는 여기 적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이들의 격려와 지지 그리고 관심이 있었을 게다. 내가 뭔가를 잘한다면 그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역량은 내가 속한 집단에 의해 발현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여정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추신,

아마 #고마운 사람 중엔 깜짝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게다. 거기 적힌 이름은 지금의 내가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시점에서였든 고마웠던 사람들이고, 그 고마운 마음만 담았다. 그래서 이름이 적혔어도 지금은 소원해진 사람들도 있다. 한데 관계라는 게 그렇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마음 맞아 죽고 못 살 것처럼 친하게 지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서로가 지내는 환경이나 하는 일이 달라지면, 또 내가 성장하면서 생각하는 바도 달라져서 처음 그때처럼 좋을 수만은 없을 게다. 자연스레 거리를 두거나 시간이 필요한 때가 있는데, 난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만났다 헤어졌다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부류라서 소원해졌거나 연락을 자주 하지 않더라도 크게 서운하진 않다.


그래서 본인의 이름 석 자가 보인다면 당신은 지금의 백미진을 있게 한 공을 쌓은 사람들이고, 그래서 백미진이 고마움을 담아 보낸 작은 마음 정도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니 놀라지 말고 그냥 책 열 권씩 사면 된다. 좋은 책이니 주변의 지인들에게 선물도 하고 널리 알리면 더 좋겠고.


그런데 내가 담아둔 걸 잘 끄집어내는 인간은 또 아니라서 빠뜨린 사람도 분명 있다.

그 사람들은 2쇄를 기대해 보자. 참고로 1쇄는 2000권이다 :-P










약 3년 만인 2022년 1월 24일 이 책의 2쇄가 세상에 나왔다.

2쇄에서는 후면 추천사와 <옮긴이 서문>을 일부 손봤다. 


이 책은 나온 직후보다 그 이후에 더 관심을 많이 받는 듯 하다. 애자일 관련 서적은 보통 개발자들이 많이 보는데, 이 책은 특성 상 기획자나 디자이너 분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제품을 만드는 여정엔 개발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할자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다른 역할자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매우 기쁘다. 


싸인이 필요하신 분은 판교에서 만납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인의 경험과 태도는 언어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