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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들어간 갤러리의 인연

by 백미진 Mijin Baek

#뱅이출장일기 #45일차_20170623

#MeyerovichGallery




샌프란에서 스튜디오 투어가 있던 둘째날, 시간이 조금 남아 유니온스퀘어 근처 갤러리를 둘러보기로 했다.

입구에 화려한 그림이 눈에 띄어 들어갔던 Meyerovich Gallery.


들어갔는데 그림이 바닥에 놓여있는 등 뭔가 어수선해서 '공사중인가?'싶어 둘러봐도 되냐고 묻곤, 물론이지! 하는 대답을 듣고 들어갔다. 부부로 보이는 남녀 한쌍이 그림을 사려는지 주인장으로 보이는 머리가 하얀 할배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갤러리 안의 그림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고갱님에 근접해서 '와 어썸'을 연발하고는, 도대체 이 그림은 뭘로 그린건지 어떻게 그린건지 궁금해하던 찰나 할배가 우리에게 다가오셨다.


"이 그림은 누구누구건데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38번 찍어낸거고, 이 작가 그림은 이런 것들이 있어"로 시작된 이야기는, 할배의 친구이자 유명 작가인 Alex Katz와 작업했던 이야기로 넘어가, "너네 어디서 왔어?" "한국이요"했더니 한국에 있는 모 작가와도 작업을 했다며 작품집을 보여주셨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찍으라고 비닐로 싸둔 그림을 손수 다 비닐까지 벗겨주심.

어떤 그림이 맘에 드냐길래 초록이 짙은 그림을 가리켰더니 프레임은 어떤 색을 원하녜서 기존에 있던 것과 다른 것을 말하니까 뒤에가서 다른색 프레임을 가져와서 얹어주셨다. 아무래도 기존에 셋팅된게 더 잘어울려서 "할배가 고른게 더 잘어울려요" 했더니 그림에 어떤 액자 프레임이 어울릴지 몇날 며칠을 고민해서 넣는거라고 하신다.


벽이 여러층으로 돼서 각각에 그림을 걸고 움직여서 각 그림들을 볼 수 있게 돼있었는데, 이야기 들으면서 재밌어 하니까 막 안에 있던 그림 꺼내서 보여주시고 벽 다 치워서 제일 안쪽에 제일 큰 그림까지 다 보여주셨다.

어떤 그림에서 눈을 못떼고 있었더니 넌지시 그림 가격도 알려주셨는데, 맨 처음 그린 작품이 팔리고 다른 누군가가 같은 그림을 원하면 새로 그려내면서 작품 가격이 오르는 시스템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래서 지금 여기 써있는 가격이 처음엔 몇천불까지도 더 쌌다며 소근소근 알려주심. 같은 작품이 두개 이상되면 더 싸지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반대라니 흥미로웠다.


아, 그날 봤던 그림은 대략 한점당 600만원에서 1000만원이 넘는 것들이었는데, 실크스크린(판화의 한가지)으로 50번씩 찍어서 저런 작품을 만드는 것이면 그정도 값어치는 하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들어 장인정신에 경이로움을 표하기도 했다.


코리안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주섬주섬 폰을 꺼내 인스타를 켜시더니 한글로 써있는 댓글이 뭔지 읽어달라고ㅎㅎ 아마 이전에 갤러리를 방문한 다른 한국인이 인스타에 올린 링크를 갤러리 관계자가 보내준 모양이다.

"나 한국어 못읽어. 니가 좀 읽어줘" 하시길래 댓글 하나하나 짚어가며 말씀드렸더니 이거 마시면서 읽으라고 물도 갖다주셨다.


새벽부터 밖에서 돌아서 행색도 엄청 꾸질했던터라 그림을 살 것같이 전혀 안생겼을텐데 한시간도 넘게 열과 성을 다해 그림을 설명해 주시고 하나라도 더 이야기해주려는 그 모습에 완전 감동.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하는 일>이란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더 감동스러웠다.

그래서 함께 찍어 남겨둔 이 사진.


할배가 "나도 이메일로 보내줄래?"하며 명함도 교환했다.

그제서야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건지 등등 내 얘길 했더랬다. 갤러리에 들러줘서 고맙다며 남은 시간도 즐거운 여행 되길 바란다는 덕담도 잊지않으시고.

서울 가기 전에 한 번 더 들러서 다음에 또 놀러오겠다고 인사하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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