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사같은 실리콘밸리 회사
내가 지금 한국회사에 온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실리콘밸리의 다른 회사들과 가장 다르게 느껴지던 곳이 오라클이다. 다른 실리콘 밸리 회사들은 사람들이 밖에 계속 돌아다녀서 활기찬 느낌인데, 오라클은 밖에 사람이 한명도 보이질 않았다. 몹시도 차분했고, 정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가장 눈에 띈 건, 인수합병을 엄청 많이 하는 회사라는 점이다.
총 구성원이 13.5만 명이고 그 중 개발팀이 3.5만 명인데, 그 안에서도 인도 개발자가 1.5만 이상일 정도로 글로벌하게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한다.
이 때문에 오피스가 세계 곳곳에 흩어져있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멀리 떨어져있는 경우가 많다.
매니저는 텍사스에, 개발자는 인도에 있는 등 멀리 떨어져서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컨퍼런스 콜로 업무를 많이 한다. (이러한 경우, 본사 시간에 컨퍼런스 콜 시간을 맞춘다.)
같은 이유로 재택 근무도 활성화되어 있어 주 2일만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위치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아침 7:30~저녁 9:30까지 컨퍼런스 콜 미팅이 잡혀있어서 집에서도 퇴근하고 집에서도 일을 하는 회사라고 한다.
이렇게 세계 각국으로 오피스가 존재하는 회사는 오라클 뿐만은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회사들이 시차가 나는 곳에 있는 동료들과 일을한다.
이쯤되니 내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사무실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만나기 힘드니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와 같은 말은 좀 초라해보인다. 우리가 일이 잘 안되는 이유가 과연 오피스의 위치 때문이었을까?
이노베이션을 안하려고 해서 직원들의 불만도 꽤 있고, 인수합병 후엔 그 곳을 완전히 오라클화 시키기 때문에 퇴사자도 많은 곳이다. 실제로, Sun과 인수합병 후에 문화가 정반대여서 Sun 사람들이 많이 퇴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회사치고 업무 강도가 낮기 때문에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거나 아이가 있어서 봐줘야하는 사람들이 선호하여 근속년수가 긴 회사이다.(실리콘밸리의 평균 근속년수는 4-5년) 게다가 50대 개발자들도 많다.
그래서 다른 실리콘밸리 회사들과 다르게 평균 연령이 35세 정도로 좀 높은 곳이라고..
인수합병으로 새로운 직원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누구나 메뉴얼대로 따라하면 일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시스템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시스템화를 잘하기도 하며, 실제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일례로, 모든 개발자는 서버에 접속해서 개발하고, 어디서 어떤 장치로 접속해도 같은 개발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Oracle DB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강자로만 알고 있었던 Oracle.
패키지로 제품을 릴리즈할 때는 버그가 발생하면 굉장히 크리티컬하기 때문에 코드가 제품에 반영되기까지 프로세스가 굉장히 엄격하고 느려서 길게는 일년 반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엔 패키지가 아닌 cloud로 변화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데, cloud로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면 작은 기능 단위로 릴리즈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1년이었던 릴리즈 주기를 3달로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고, 이를 실현할 방법으로 Agile을 도입하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한다.
훌륭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오랫동안 선보여온 Oracle.
Agiler로써 Oracle이 Enterprise Agile을 잘 정착시키고, 이런 문화가 반영된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1회 보기 : https://brunch.co.kr/@banglab/12
2회 보기 : https://brunch.co.kr/@banglab/4
3회 보기 : https://brunch.co.kr/@banglab/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