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에 앞서 자료를 찾는 일은 주로 PC 앞에서 이루어진다. 제일 처음 하는 방법은 인터넷 검색이다. 대전지역의 오래된 상점을 소개하기로 한 12월호 기사를 준비할 때는 간단한 검색으로 TV에 나온 가게를 몇 군데 찾을 수 있었다. 생활의 달인에 나온 상점을 찾아보다가 대전 전통시장에서 솜 틀어주는 가게 한 군데와, 몇십 년 동안 칼을 만들어온 한밭 대장간을 알게 되었다. 취재가 아니었다해도 한번 가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곳이었지만, TV나 신문 등 다른 미디어에서 다룬 곳인 만큼 월간 토마토에서 취재하기에는 신선미가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계속 검색을 하다가 [전국의 백년가게]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이 사이트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전국에 있는 업체 중 30년 이상 된 상점이나 소기업을 안내하는 사이트이다. 대전 지역으로 검색하니 식당 여러 군데와 그 밖의 다른 업종이 몇 군데 나온다. 4대째 운영 중인 필방, 그릇 가게, 도장집 등 여러 개 상점이 목록에 올라와 있다. 오래된 업소하면 흔히 식당을 떠올리기 쉬운데, 나는 식당을 취재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식당은 늘 바쁘게 돌아가고, 사람들이 많은 장소이기에 취재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결국 예전에 이용한 적이 있었던 표구사에 갔다가 폐업한 사실을 알게 되어 낙심하던 차, 인근 부동산의 소개로 오래된 농약종묘사를 취재하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에 시간을 오래 들였으나 수확이 없다가 현장에서 급물살을 타고 취재가 이루어졌던 경우다.
<전국의 백년가게 홈페이지>
http://100year.sbiz.or.kr/html/market100_national.php
맛집 취재 기사가 문화 예술 월간지인 월간 토마토의 색깔과 어울릴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정보를 열심히 모으다 보면 어떤 방면으로든 취재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대전 맛 이야기>란 책도 한 권 구했다. '소박한 별미집', '손님 모시기 좋은 집'과 같은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책 맨 앞에는 '30년 전통업소'라는 장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해당 제목 아래 동구, 중구, 서구, 유성구, 대덕구 소재의 30년 이상 된 식당이 나온다. 찬찬히 살펴보니 1970년부터 장사하는 순대국밥집, 1980년부터 운영해온 오징어국수집이 나온다. 삼십여 개의 식당 대부분이 원도심인 동구와 중구에 밀집되어있지만, 내가 사는 유성구에도 오래된 식당이 두 곳 있었다. 손으로 썬 삽겹살을 파는 삼겹살구이집과 콩나물비빔밥 집이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동네인데도 처음 듣는 곳이었다. 가까이 있는 정보도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으면 알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 이야기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흔히 볼 수 있는 맛집 리뷰같은 콘텐츠가 아니라 사장님 개인을 조명하거나, 식당의 변천사를 취재한다든가, 왜 그 가게가 그 자리에 계속 있는지 라든가 월간 토마토 특유의 문화적 색깔이나 역사적 사실이 가미된 기사가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징검다리 기사를 준비할 때는 전화취재가 큰 도움이 되었다. 대전의 3대 하천인 갑천, 유등천, 대전천을 관리하는 곳이 대전하천관리공단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해당 기관 내에 징검다리 담당자를 수소문하였다. 그는 나의 취재 의도를 듣더니 국가하천에 있는 30여 개의 징검다리 위치와 현장 사진, 관할경찰서가 기재된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어디를 취재하러 갈지 정하기 위해서 이 자료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현장에 가기 전에 지역적 안배를 하는 데 유용했다. 취재를 마무리하고 초고를 출판사에 보내 편집장의 피드백을 받았는데, 이때는 대전시청 홈페이지 자료가 유용했다. 편집장은 기사 초반에 하천의 발원지나 유로 연장(길이), 흐르는 경로를 짤막하게 덧붙이면 좋겠다고 하였다.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라 ‘대전 3대 하천’이라고 검색해보았더니 의외로 간단하게 찾을 수 있었다. 대전광역시청 홈페이지에서 생활정보->3대 하천정보->하천의 현황으로 가니 필요한 정보가 있었다.
<대전광역시 홈페이지>
https://www.daejeon.go.kr/drh/DrhContentsHtmlView.do?menuSeq=2230
월간 토마토의 한 코너 중 대전여지도라는 기획이 있다. 대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취재하는 편집장의 취재기사인데, 월간 토마토에 실렸던 글을 모아 벌써 네 권의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대전여지도 4 서구 편이 나왔다. 이 책에는 대전의 지명에 대한 소개가 종종 등장한다. 편집장에게 이 자료를 어디서 찾는지 물었더니 그는 대전시립박물관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대전시립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자료마당->대전의 문화재->대전의 지명으로 들어가면 위치, 유래 연혁 등 해당 지역의 정보가 나온다. 일례로 대전의 신하동을 눌러보면 신하동의 지도가 나오고 지역의 각종 랜드마크와 지명에 얽힌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신하동에 있는 골짜기 중 하나인 ‘배골’은 백제와 신라가 싸웠을 때 사람이 많이 죽어 백골이 많이 묻혀 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자료조사를 미리 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이런 정보는 쓸 데가 많다. 지역주민과 이야기를 나눌 때 자연스럽게 언급하거나 물어볼 수도 있다. 편집장은 취재기자는 다르게 보고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공간의 이름, 유래, 역사를 찾아보면 내가 알지 못했던 취재 조각을 구하고, 현재는 사려져 보이지 않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치기도 한다. 시립박물관 홈페이지에는 대전의 지명 외에도 대전의 유적, 대전의 인물, 대전의 옛날이야기 코너가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홈페이지>
https://www.daejeon.go.kr/his/board/musBoardDataList.do?bbsCode=hisname&menuSeq=669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작가를 취재할 때는 미술관 담당자의 도움을 받았다. 전시를 보러 가기 앞서 시립미술관에 전화를 걸어서 전시를 기획한 학예사에게 작가와의 인터뷰를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월간 토마토를 잘 알고 있어서 내가 기고하는 매체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었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대전지역 공공시설을 방문하는데 인원수 제한이 있는 터라 나는 학예사에게 대전광역시 OK예약서비스에 관해 물었다. 그녀는 취재차 방문할 때는 OK예약서비스를 거치지 않고 미술관 입구에 와서 기자증이나 명함을 보이고 입장하면 된다고 하였다. 기자증은 없지만, 프리랜서 기자 명함이 있는 나는 그렇게 할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대전시립미술관 입장료 500원은 부담 없는 금액이고, OK서비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온라인 사전예약을 하고 다음 날 방문했다. 공식 오프닝 전에 취재해야 한다거나 대중에게 온라인으로만 개방되는 기사 작성을 위해 방문을 한다거나 하는 등 담당자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는 취재 절차를 밟아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느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미술관 이용자 자격으로 방문하여 이용자 관점의 취재 기사를 쓰는 방식도 무리가 없겠다고 생각된다.
이밖에 취재 때 참고하는 자료는 지도인데, 이 주제는 다음 글에서 소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