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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 Sep 19. 2023

집은 그대로, 변한 건 나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 한 가족이 집을 둘러보고 간 후 돌돌이가 말했다. 열심히 청소한 데는 짧게 보고, 대충 정리한 곳은 꼼꼼히 본다면서 손님이 창고, 붙박이장, 베란다 같은 소소한 공간을 중요하게 여겨서 의외라고 했다. 어제는 호링이가 손님과 마주쳤다. “이래서 형이 신기한 경험이라고 했구나. 난 사람들의 욕망을 봤어.” 가족 중 한 사람은 안방과 서재가 문으로 연결되어 드레스룸으로 쓸 수 있는 집을 찾는다고 하였고, 다른 한 사람은 집이 너무 크다고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 손녀까지 3대가 방문한 가족 중 특별히 할아버지 입김이 센 듯한 인상을 받았던 적도 있다.    

   부동산 사장님은 손님의 특성에 맞추어 영업 전략을 달리했다. 학령기 자녀를 둔 가족에게는 학군을, 성인으로 구성된 가족에게는 교통의 편리함을 강조했다. 타인의 입을 통해 설명을 들으니 이 집에 살아본 경험자의 의견이 궁금해졌다.      


(남편, 40대 후반)

주차장이 여유롭다.

Four bay 구조라 채광이 좋고 환기가 잘된다.

견고하게 지어서 층간소음이 심하지 않다.

이웃들이 서로 예의를 지킨다.      


(아내, 40대 중반)

산책로가 가깝다.

저층이라 엘리베이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주거지구의 안정감이 있으면서 상업지구랑 가깝다.

큰길을 건너지 않고 초등학교에 갈 수 있다.      


(돌돌이, 대학교 1학년)

현관이 넓어서 야외용품을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다.

어른 공간과 자녀 공간 분리가 확실하다.

확장공사를 해서 거실과 방이 넓다. 

연식이 된 건물이라 규제를 덜 받아서 향후 공간 변경이 가능하다.  

    

(호링이, 고등학교 1학년)

편의점, 아이스크림 할인점 같은 슬세권이 발달했다.

반려견이 있는 이웃이 많아서 우리 집 반려견이 친구를 만나기 좋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집 안에서 누를 수 있다.

단지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의견을 듣고 보니 저마다 집의 기능을 다르게 여기고 있음을 알았다. 남편은 집 내부의 장점보다 단지의 특성이라고 할만한 점을 꼽았고, 나는 산책로, 학교 위치 같은 환경적 특징을 언급했다. 돌돌이는 스포츠용품이 많은 사람이라 현관 저장 공간을 반겼다. 호링이는 걸어 다니는 사람답게 편의시설을 중요하게 보았다. 


이 집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 가족에게 좋은 터전이었다. 돌돌이와 호링이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시도하는 10대를 보냈고, 남편과 나는 바쁜 3-40대를 보내며 삶의 경험을 쌓았다. 이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줄고 가족의 생활 방식이 바뀐 만큼 새로운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그곳이 어디가 될지 떠올리면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찾아온다. 하지만 집이 나가야 이사를 할 수 있으므로 집 찾기보다 집 팔기에 집중하기로 한다. 이곳이 우리에게 안락함과 행복을 주는 거처였던 것처럼, 다음에 이사 올 사람들도 이 집에서 안정과 성장을 누리길 소망한다. 


사진 출처

https://www.pexels.com/ko-kr/photo/271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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