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를 겪게 되면 삶이 무너진다. 한번 무너진 삶이 원위치로 회복되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마도 손상된 관계와 기억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제자리로 복구가 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트라우마는 정신질환의 하나라고 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고, 그것을 겪는 시기도 다양하다. 특히, 어린 시절 겪는 트라우마는 그 대상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생존의 영역이 크게 작용하는 아이들은 트라우마를 겪는 대상이 부모라고 하면 많은 것을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에서 도망치기도 단절하기도 어렵다.
어린 시절 나 역시 부모로부터 교육의 일환으로 '매'를 많이 맞았는데, 그럴 때마 나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쫓겨날지 언정, 집 바로 앞 현관에서 웅크리고 앉아 애꿎은 땅바닥에 직직 무언가를 그리며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곳에 갇혀 있는 듯했다. 마치, 어린 코끼리 시절에 발에 묶어 놓은 얇은 끈을, 어른 코끼리가 되어서도 끊어내지 못하는, 그 안에 갇혀버린 듯한. 그런 느낌.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는 겪을 수 있다. 트라우마를 정의하는 기준은 있으나, 이를 트라우마라고 칭하기에는 나름의 기준들이 다르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고통을 주는 일. 어려움. 심리적 압박의 정도 등등.
성인이 되어 큰 트라우마를 두 번 정도 겪어본 나로서는 트라우마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손상된 트라우마는 회복이 얼마나 더디고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다. 세수를 할 때도, 양치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되살아 나는 그때의 모습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들.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순간들. 심리적, 정신적 치료나 상담이 필요할 때는 망설이지 말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다만, 스스로 극복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사실을 본인이 인정하지 않은 이상에는 도움을 받는 것조차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나의 고민을 가까운 사람에게라도 털어놓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그렇지 못해 참 힘든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 아직도 마음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말이다.
트라우마는 뇌의 손상이라고 한다. 손상된 뇌를 그대로 두어서는 절대 복구가 되지 않는다.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나에게도 시간과 치유의 시간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 마음의 상처가 있는가? 트라우마가 아직 있는가? 나에게 회복의 기회와 시간을 주기 바란다. 혼자 극복하기 어려우면, 도움을 요청하기 바란다.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지만 나아질 수는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나를, 나 자신을 먼저 돌보고 보살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