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범한 아빠, 로봇 산타가 되어가는 과정
이제 곧 만 4살이 되는 아이는 그림 그리기와 색칠 놀이를 정말 좋아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 그리기와 색칠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한번 자리에 앉기 시작하면 한두 시간은 거뜬히 혼자 시간을 보낼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이 흐뭇하고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지는 건 사실이다.
아이는 자랄수록 그림에 대한 열정과 스킬이 늘어나는 것 같다. 처음 뭔가 그리려고 했을 때에는 모든 게 삐뚤빼뚤하고 어색했지만 그 시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제법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밑그림 안에 선 밖으로 나오지 않게 색칠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어느 날, 아이는 그림 한 장을 그려서 내게 보여줬다. 사람도 아닌 것이, 장난감도 아닌 것 같은 이것은 무엇일까를 한참 고민했다.
아이 : "아빠, 이건 로봇 산타야."
아빠 : "로봇 산타? 근데 왜 로봇 산타야?"
아이 : "있잖아, 로봇 산타는 말이야. 우는 아이에게도, 떼쓰는 아이에게도 선물을 주는 산타야. 산타는 우는 아이든, 울지 않은 아이들이든 선물을 다 줘야 하는 거야. 로봇은 다 할 수 있어."
아빠 : "우는 아이에게도 선물을 줘야 한다고?"
내게 있어 '우는 아이에게는 산타가 선물을 안 주신다'는 말은 불변의 법칙이었다. 그리고 이 말은 크리스마스 캐럴송의 가사에도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었기에 이와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아이의 말에 흠칫 놀랐다. 아니, 우는 아이에게도 선물을 줘야 한다는 이 관대한 생각은 어디로부터 나오게 되었는가? 순간 일등주의, 성공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팍팍함을 느끼는 가운데 아이의 이러한 배려심 깊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훈훈해지기도 하였다.
울지 않은 아이만 선물을 주는 산타, 울지 않은 아이까지 선물을 챙겨줘야 한다는 아이. 누구의 의견이 맞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만약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울음 한 번으로 크리스마스날에 선물을 못 받게 될지도 모르는 의기소침한 아이들의 마음까지 감싸 안아주는 아이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다.
울지 않은 아이는 당연히 선물을 받을 테지만, 우는 아이는 비록 울긴 했지만 모두 같은 아이이기 때문에 (당연히, 무조건)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 그것이 아니라면 자신 역시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많은 아이이고, 때로는 엉엉 울어버림으로써 대답을 대신하는 아이(이미 몇십 번은 운 경험이 있는)이기 때문에, 우는 아이에도 선물을 줘야 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아이는 아이 자체만으로도 선물 받을 수 있는 존재,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존재로서 인식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로봇 산타를 그린 그 의도야 어떻든 그 포용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이에게 로봇 산타는 아마도 신(神)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는 존재, 무엇이든 기대를 해도 되는 존재, 때로는 기대고 싶은 존재를 상상하며 아이는 로봇 산타를 그려낸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그려낸 로봇산타의 그림을 보면 참 재미있다. 두 팔과 네 개의 다리를 가진, 알약 캡슐과도 같은 모양의 로봇에 타고 있는 산타. 산타가 로봇을 조종하며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준다. 무엇이든, 어떤 소원이든. 참 상상력이 대단한 것 같다.
일전에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면서 육아에 대한 관심이 많고, 그와 관련된 성장 이야기를 게재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소재로, 어떤 이야기로 전개해 나갈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얻어낸 결론. 아이와 함께하며 아이에게 세상을 알려주고,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존재, 때로는 기대고 싶은 존재로서 아빠가 곧 '로봇 산타'가 되어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앞으로 이 매거진에 아빠로서 아이와 함께 알아가는 세상 이야기에 대해서 글을 쓰고자 한다. 나의 육아 스토리가 정답은 아니지만, 아이와 함께 했던 여러 활동들이 훗날 우리 아이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서 기대를 해 보며 '아빠는 로봇 산타'를 시작하려고 한다. 올 한 해 로봇 산타로서 투잡을 하게 되었으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삐리삐리삐~ 로봇 산타 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