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타의 선물#1) 카메라

아이가 바라본 세상, 바라볼 세상을 기대할 수 있게

by 시 쓰는 소년

엄마, 그게 아냐. 아빠랑 하트 하트 해야지!

그게 아니고, 아빠! 엄마랑 어깨동무~!

하나~ 두울~ 셋! 김치~! 찰칵!

이제 곧 다섯 살인 아이는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몇 달 전 아이에게 카메라를 사주고 난 이후부터 아이는 외출할 때마다 줄곧 카메라의 챙기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사람들은 보통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 상황에서 그때의 장면이나 영상을 남기고 싶어 하는 마음은 비슷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예전에는 카메라를 따로 들고 다녀야 했었지만 핸드폰에 카메라를 장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참 많이 발전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형편이 어려워 카메라가 없었다. 그러나 자라면서 활동량이 늘어나게 되었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던 그즈음 돈이 조금 모이면 카메라를 꼭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직장생활 1년. 그동안 받은 월급을 모아 가장 먼저 한 것이 DSLR구매하였다. 지금은 고이 모셔두고 있지만 당시에 카메라를 구매한다는 것은 지금의 내가 어린 시절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희망의 실현이었기 때문에 정말 설레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카메라를 구매하고 나서는 언제, 어디서든 쉼 없이 셔터를 누르곤 했었는데 언제 돌아봐도 때의 기억이 참 좋다.


카메라를 가지게 되면서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애정도 많이 깊어갔다. 구도를 달리하며 가장 이상적인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해 보기도 했고, 전문가가 집필한 책을 구매하여 홀로 연구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나가는 길에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비교적 섭섭지 않게 찍어주곤 했다. 나름의 스킬이 조금은 생긴 듯하다. 하하.


아이가 커가면서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첫 번째 실천은 아이에게 어울리는 적당한 카메라를 손에 쥐어주는 것이었다. 이제 3살인 아이(작년). 사실 나의 3살은 어땠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은데 이와 같은 시기에 아이에게 카메라를 사주는 것이 적당하고 바람직한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니 카메라를 사줘야겠다는 확신이 쉽게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기도 했고 하나하나 알려주면 잘 따르려고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차근차근 가르쳐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카메라를 사주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가장 먼저 셔터 누르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단순하게 셔터만 눌러댈 뿐, 구도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아이는 그저 버튼 달린 장난감 하나를 선물한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번 눌러보고 재미가 없었는지 흥미를 곧 잃어버리게 되었는데, 잠깐의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두 번의 실패로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한번, 다시 한번의 도전을 통해 카메라에 적응을 하기 시작하였고 일주일이 지나자 제법 사진을 찍는 요령을 터득한 듯 보였다.

아이가 아끼는 장난감, 어항 속 다슬기

아이는 카메라 조작이 능수능란해지면서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하나씩 찍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촬영의 대상은 지나가는 버스나 나무, 상점 등 구분이 없었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쉼 없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교적 잘 찍은 사진은 엄마, 아빠에게 훈장처럼 자랑하기도 했고 칭찬을 받을 때마 더 열심인 모습을 보곤 했다.

사진 찍기에 제법 열심이다.

아이가 카메라를 잘 다루게 되면서 좀 더 자기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아이가 바라보고 싶은,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스스로 선택하고 담고 찍고 싶은 구도를 선택하고 자연스럽게 셔터를 누르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가 바라본 세상을 마음에 담아둘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아이가 바라 볼 세상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이 단순 놀이일 수도 있고, 흥미나 취미에 머물지라도 내가 어린 시절 겪어보지 못했던 다른 부분을 아이에게 경험하게 해 주고 그 기억을 심어줌으로써 더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사람을 자라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해 본다.


수년이 지나고 난 그 어느 때에 어린 시절 자신이 담아낸 나름의 세상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면 아이는 무엇을 느낄까? 그때의 순수함, 그때의 감성,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때 손 때 묻은 카메라를 보면서 아이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어떻게 기억할까? 보물 1호가 된 아이의 카메라는 아마도 좋은 기억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가 바라본 세상, 아이가 바라볼 세상

벚꽃이 만개하는 4월 아이와 함께 출사를 나갔다. 어린이용 카메라이다 보니 성능은 그리 좋지는 않지만 이제는 제법 흔들림 없이 담아내는 노하우 정도는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동안 나와 와이프의 사진을 찍어줄 수 있는 것은 셀카나 삼각대 정도였으나 어느덧 아이가 커서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길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니. 부모로서 정말 흐뭇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인 것 같다. 아이가 사진 찍기에 조금 더 관심을 보인다면 좀 더 선택의 폭을 넓혀 볼 생각이다.


아이에게 카메라를 쥐어주면서 알게 된 아이가 바라본 세상, 아이가 바라볼 세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봤다.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하면서 아빠가 바라본 세상에 대해 알려주고, 아빠와 함께 바라볼 세상을 기대한다.


로봇산타의 첫 번째 임무는 이렇게 클리어했다. 삐리삐리 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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