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삶, 내가 주어인 삶(13)

by 시 쓰는 소년
멀어져 간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도 어느덧 지고 말았습니다.


강한 비바람에 벚꽃이 무수히 떨어진 날.

이른 새벽에 일어나 채비를 하고 나갔습니다.

봄과 초여름 사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어귀에서 마지막 봄을 눈에 가득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아침이죠? 수고하세요!"


예쁜 구도를 찾아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던 나에게 어떤 분이 인사를 해 주셨습니다.


어.. 아.. 네! 안녕하세요? 상쾌하고 참 좋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름 상냥하게 인사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순간의 당혹감이

살짝 묻어 나오는 듯

다소 어색한 인사를 했습니다.


눈 깜짝할 새 성큼성큼 저만치 멀어져 가는 그분. 아저씨라고 하기엔 나이가 있으시고, 할아버지라고 하기엔 애매한 그분.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사라져 가는 그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10년 뒤에 나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을 했다.


'잘 살고 있겠지?

아니야. 잘 지내고 있으면 다행이야.

나도 그분처럼 먼저 인사하고

유쾌하게 살 수 있겠지?'


그분이 시야에서 멀어지고 나서도

한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점점 더 멀어져서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 뒤 돌아보지 말자."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내게 주어진 삶,

내가 주어인 삶을 살아야겠다.


다시 옮긴 발걸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주인공이자

연출가이며 배우였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우수수 떨어지던 날

그날의 기억을 잘 간직하며

올해도 잘 지내보려고 합니다.


우리 다 같이 웃으며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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