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 어딘가에(春雪) / 자작시(27)

by 시 쓰는 소년


따뜻한 햇살을 기대했던 날도 아닌

진절머리 나게 추운 겨울도 아닌

그렇다고 반가운 손님도 아닌 어느 날


때아닌 늦은 밤 찾아온 하얀 발걸음으로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지난겨울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주네


살포시 세상에 내려와

사박사박 쌓여가며


온 세상을 맑게, 새하얗게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있어도 없는 척, 알아도 모른 척

만물을 뒤덮었다.


이른 봄, 눈소식은

부지런히 논밭을 갈고

부지런히 옷을 정리한

이들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바싹 말라버린 들판에

촉촉함을 더해주어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리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수분을 머금은

깊은 땅속의 어린 씨앗들은

그 시림도 참고 견디어

당당히 움트고 싹을 틔우리라


싹이 영글지도 못한

이른 봄 그 언저리

나는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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