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을 기대했던 날도 아닌
진절머리 나게 추운 겨울도 아닌
그렇다고 반가운 손님도 아닌 어느 날
때아닌 늦은 밤 찾아온 하얀 발걸음으로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지난겨울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주네
살포시 세상에 내려와
사박사박 쌓여가며
온 세상을 맑게, 새하얗게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있어도 없는 척, 알아도 모른 척
만물을 뒤덮었다.
이른 봄, 눈소식은
부지런히 논밭을 갈고
부지런히 옷을 정리한
이들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바싹 말라버린 들판에
촉촉함을 더해주어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리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수분을 머금은
깊은 땅속의 어린 씨앗들은
그 시림도 참고 견디어
당당히 움트고 싹을 틔우리라
싹이 영글지도 못한
이른 봄 그 언저리
나는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