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속에 벌컥벌컥 들이켤 정도로 커피밖에 모르던 내게 갑자기 커피를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정말 머릿속이 노래졌지만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대체할 다른 것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 여행 중 뜨거운 홍차에 우유를 타 마시며 그날의 유랑을 돌아보는 기쁨을 알게 되고 '그곳의 나'가 깃든 밀크티는 이제 나의 커피가 되었다. 그 덕에 식도염은 나았고, 기대치 않게 삶의 질을 낮추는 요인이던 고질의 두통까지 '순삭'되었다.
삶에서의 고질적 패턴은 고난의 역치가 높거나 고치 안에서만 머무르고픈 사람에게 있기 쉽다. 그들은 세월이 네월이 돼도, 닷월이 돼도 고난을 고난이라 여기지도 못한 채 웬만하면 견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방향의 수정이 필요한 '아하 모먼트(aha moment)'가 오면 그 충격이 꽤 크다. 그러나 아하 모먼트는 식도염처럼 세상이 나를 보다 못해 경종을 울려주는 순간이므로 그 순간부터는 자신에게 좀 더 친절해지거나 묵은 자신을 버려야 자신도 모르던 인생의 고질이 해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