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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Aug 04. 2023

집에 들어가서는 침묵하자

집안에서 아빠의 역할 중 하나, 말을 아끼자

난 사실, 까탈스러운 남자다. 어떻게 보면,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겉으로 보이는 성격은, 평소에 자주 웃고 다니기도 하고, '네네'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잘 맞춰주려고 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렇게 모 나게 보이지 않은 것 같다(혼자만의 생각이지만...^^;;). 그러나 혼자서 내 일을 할 때는 굉장히 까칠해진다. 내가 하는 일들로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도 않고, 남들에게 안 좋은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아서 실수를 하지 않으려다 보니, 내 일을 할 때는 굉장히 예민해진다. 그만큼 예민하게 일을 했을 때, 실수도 적고 일의 결과물들도 괜찮았기 때문에, 일을 할 때는 좀 더 까칠해지고 예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더군다나, 내가 하는 일이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특히 중, 고등학생들 시험 기간에 아이들 지도하다 보면, 아이들이 잘 푸는 문제보다는 잘 못 푸는 문제들을 잘 집어내야 하기 때문에, 문제지 푼 거 확인할 때는 더 예민해진다. 학생들 스스로가 모르는 부분이 없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일이기 때문에, 예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 문제 풀어오면, 매의 눈으로 한번 스캔하고, 이해를 잘 못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문제는 형광펜으로 체크해서 다시 공부해 오게 한다든지, 암기할 부분이 있으면 암기해 오게 한다. "이거 암기해 와~", "이거 설명해 봐", "이거 전에 설명해 줬는데, 왜 이해 못 하지?"라는 식으로, 시험 기간에는 조금 긴장되는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따뜻한 어조의 말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보통, '지시조'나 '명령조'의 말들이 나오는 건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렇듯 학생들이 잘 모르는 부분을 잘 집어내야,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예민한 상태가 많은 것 같다.  좋게 얘기하면 '관찰력'이 좋은 것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꼬투리를 잡는 스타일이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가 결혼해서 아이들까지 키우고 있으니,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랬다. 첫째 아이를 낳고, '이제 나도 진짜 아빠구나!'라는 생각에 너무 기뻤지만, 어차피 초보 아빠였다. 아빠로서도 실수가 많았다. 평소에 학생들 가르치면서 잘 안 되는 부분을 집어내서 제대로 할 수 있게 끔, 해주는 것이 내 일이다 보니, 어린 아들에게도 참견이 많았다. 잔소리도 많았다. "어허~", "안 돼", "하지 말라 했잖아!!", "아니, 이렇게 하라고 했잖아!"라는 식의 말들로, 작은 소리로 통제가 안 되면 큰 소리도 내고, 다 그치고 하고, 참 무섭게 대했던 것 같다. 물론, 첫째 아이라서 더 잘 놀아주고 싶기도 했고,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그 당시 나의 그릇의 크기가 그게 다였다. 


그러다 시간이 가고 둘째도 출산하고, 육아로 정신이 없을 아내가 하루는, 어두운 표정으로 조용히 와서 얘기를 합니다.


"시완이가 아빠, 무섭고 싫데요." 


라는 말을 듣자마자, 머리에서는 '띵~~~~~~~~~~~~~~~~'.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 당시 아내가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데에, 무슨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 말을 듣고 드는 생각은, '큰일 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름 늦게 결혼했지만, 좋은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도 컸기 때문에, 어릴 때 아들의 기억 중에, 아빠에 대한 기억이 안 좋다면, 평생 갈 것 같아서 큰 걱정이었다. 아내가 그 말을 해 주자마자,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이 되었다.


생각해 낸 방법들 중에, 하나가 '집에 들어가면 말을 줄이자!'였다. 


즉, '집에서 침묵하기'


그 이유는, 그 당시에 내가 집에 들어가서 입을 열면, 아이들에 대한 잔소리이거나 다그치는 말 이거나, 훈계 같은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면 필요 없는 말은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아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다짐 이후에, 첫째와 둘째가 놀고 있는 상황에서, "어허~", "안 돼"라고 말하고 싶은 상황들이 생기지만, 하지 않았다. 그냥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며, 아이들이 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두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에, 첫째인 아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영어 공부가 필요해서, 내가 하는 영어학원에 1학년부터 다녀야 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싫어했다고 엄마가 얘기한다. 그래도 기질이 순한 아들이라, 크게 하기 싫다고 얘기한 적은 없었지만, 엄마한테는 아빠한테 배우기 부담스럽다고, 초창기에는 얘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집에서 말 줄이기'와 '아이들 있는 그대로 봐주기'로 몇 년을 지난 요즘.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와서, 서, '아빠'라는 소리를 듣고 산다. 특히나, 아들에게는 "아빠, 좋아"라는 말을 엄마한테는 했다고 한다. 기분이 좋다. 이 '아빠'라는 소리가 당연한 것 같지만, 그렇게 당연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이 따뜻하게 불러주는, "아빠~"라는 말을 계속 듣기 위해서라도, 아이들한테 다그치는 말보다는, 그냥 들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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