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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Aug 08. 2023

아빠한테 바라는 거 뭐야?

성장하는 아빠를 보여주고 싶어. 

일요일 아침이었다. 어머니랑 같이 아버지 산소에 가 보기로 했기 때문에, 평소 일요일보다는 좀 더 일찍 눈이 떠졌다. 며칠 전부터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나서 아버지를 한 번 뵈러 가고 싶었다. 지난 12월 말에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황망한 마음을 위로해 줄 시간도 없이 바로 겨울방학 특강을 진행했어야 했다. 그러다 정신없이 시간을 지내고 보니, 여름방학이 되었다. 여름방학이라 학원 방학도 있고 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다 보니, 아버지가 며칠 전부터 생각이 나고 보고 싶었다. 산소에 가 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바로 엄마에게 전화해서, 이번주 일요일 시간은 괜찮은지 여쭤보았다. 어머니도 괜찮다고 하신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에 좀 더 일찍 일어났다. 나는 동네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고 출발한다고 말씀드렸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그 사이에 아내도 첫째도 둘째도 잠을 깼다. 아이들이 침대 한편에 누워있는 엄마에게로 달려들어 엄마의 양쪽 허리를 한쪽씩 안고 서로 더 차지하려고 하고 있다. 나도 그 틈에 끼고 싶어서 아들 옆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간다. 비집고 들어가는 동안,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내가 먼저 이야기 꺼낸다.


"오늘, 아빠는 할머니랑 할아버지 산소에 좀 갔다 올 거야. 할아버지도 시완이, 서아 같이 가면 좋아하시겠지만, 오늘 너무 덥고 해서 너희들한테 같이 가자고 얘기 안 했어. 이해해 줘~"


"응"


"할아버지도 너희 커 가는 모습, 더 보고 가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게 아쉽다. 할아버지께서도 너희 시완이하고 서아, 많이 이뻐해 주셨는데, 그렇지?"


"응"


이런 말들을 아이들과 주고받는데, 갑자기 어릴 때의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 내가 아빠에게 바랐던 것들, 아빠가 나에게 바랐던 것들을 한번 혼자 생각해 보았다. 그런 사이에, 나는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아빠로 비칠까? 어떤 아빠로 인지될까? 궁금했다. 


그래서, 갑자기 내가 초3 아들에게 질문을 해 보았다. 


"시완아, 완이는 아빠한테 좀 더 바라는 게 있어? 아빠가 좀 더 어땠으면 좋겠어?"


"엉?... 음..." 한참 대답이 없었다. 그 순간에 드는 생각은, '할 말이 많나?',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많나?'하고 괜히 긴장이 되었다.


"음, 아빠랑... 같이 잘 수 있으면 좋겠어~" "아 평일날에?" "응, 아빠 늦게까지 고등수 수업하고 정리하고 오면 새벽이니깐..."


그렇다. 나는 1인 학원 원장이라서, 혼자 초중고 수업을 다 하고 있다. 초등부 수업 2시 30분에 시작해서 고등부 수업 밤 11시 30분 정도에 마친다. 수업 마치고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면, 새벽 1시이다. 첫째가 태어나고부터 그랬던 것 같다. 아내는 어쩔 수 없이 독박육아를 하고 있다. 늘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있고,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 마음이다. 


평일날에 오는 것은 솔직히 당장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마음 같아선 고등부 수업 정리하고 밤 10시라도 퇴근하고 와서, 가족들과 밤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잠도 같이 청하고 좋겠지만, 가장으로서 가정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도 크기 때문에, 수업을 일부러 정리하는 것은 당장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한테도 당장은 안 되겠지만, 계속 생각하고 있다가, 가능할 수 있을 때, 그렇게 한다고 얘기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예전에 한창 바쁘게 수업할 때는, 월요일에서 토요일 저녁까지 타이트하게 수업했었는데, 커 가는 아이들과 어디 놀러도 잘 못 가는 것 같아서, 토요일 수업은 서서히 시간표 조정해서, 이제는 수업이 없게 해 두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놀러 갈 때나, 가족 행사가 잡히면, 예전보다 좀 더 자유로워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전에도, 아들한테 한 번 '아빠가,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어?"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는 아들이 "아빠, 큰 소리를 안 냈으면 좋겠어, 화도..." 이렇게 얘기하길래, "알았어, 아빠도 안 그러고 싶은데, 순간 화가 날 때가 있나 봐. 아빠가 앞으로는 큰 소리도 안 내고 화도 안 내도록 노력해 볼게."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아들의 말을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원래는 급한 성격이라, 참는 건 쉽지 않은 타입인데, 정말 노력했다. 그러니깐, 서서히 시간이 지나니, 정말 평소 말 할 때도 차근차근하게 얘기하게 되고, 집에 아이들한테도 낮은 톤으로 얘기하게 되고, 학원 아이들에게도 잔소리나 화 나는 경우가 아예 사라지게 되었다. 지금은 말 그대로, 평온한 상태이다. 한 번씩 열이 받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요즘은 평온한 상태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아들에 대한 나의 이러한 태도는, 아빠로서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가족 내에서도 성장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이다. 성장이라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성장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아빠도 많이 변화하려고 노력하면, 아이들도 아빠의 말을 더 잘 들어주는 것 같다. 


내가 아빠라고 해서, 무조건 아이들이 아빠의 말을 들어야지! 이런 생각은 안 하기로 했다. 물론, 해야 하고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한 필요성이나 당위성은 말을 해서 납득을 시키고 시키고 싶지만, 아이들도 존중과 사랑으로 키우고 싶다. 


그러면, 다음에 또 물어보지 싶다.


"아빠한테 더 바라는 거 없어?" "아빠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블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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