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티로스 Nov 06. 2023

장모님~감사합니다

식상한 멘트 같지만, 가장 기분 좋게 하는 말입니다.

오늘은 아내의 생일입니다. 


올해는 평일에 생일이라 생일밥상을 일요일에 하기로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아내 생일날이 되어도 특별하게 이벤트도 잘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선물과 생일밥상이 전부인데요. 더 많은 것을 준비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는 아내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미사는 토요일 미리 봐 두었기 때문에, 여유롭게 외출 준비를 하면서, 어떤 메뉴로 할지 아내와 아이들과 의논을 했습니다.


회의한 결과, 엄마가 좋아하는 스테이크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장모님이 생각이 나는 겁니다. 추석 때는 뵈었지만, 최근 가족행사할 때도 제가 바빠서 얼굴 뵙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장모님, 같이 가 보자고 해봐요. 전에도 얼굴 못 뵈어서요. 전화는 내가 해 볼게요."


"해 봐요."


전화를 걸었습니다. "........." 전화는 받지 않았습니다.


"엄마, 성당 갔다가 무음 안 바꿨나 봐요."


"그럼 이동하면서, 전화 한 번 해봐요. 우선 장모님 댁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이동해요."


저희가 사는 곳은 경북 구미이고, 장모님께선 대구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이동하는 동안 전화를 해 볼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동하는 동안에 아내도 기분은 나쁘지 않은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내곤 합니다. 아이들도 뒷자리에서 장난치면서, 삐졌다가도 좀 있으면, 웃으면서 다시 이야기하고 이동하는 시간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대구에 들어서자, 아내에게 장모님 전화가 왔습니다.


"어, 엄마~,...."


옆에서 들려오는 장모님의 목소리에서 살짝 감기 기운이 느껴지는 겁니다. '에고~'


아내가 전화를 끊으니, 장모님께서 감기는 아닌데, 조금 감기 기운이 있으셔서, 멀리는 못 가시겠다고 하셔서, 집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형님(아내의 오빠)도 마침 집에 계셔서,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메뉴를 생각해 보니, 집 근처에 '장어구이'로 정했습니다. 장어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장모님도 잘 드시는 메뉴였습니다. 처음에는 스테이크 생각했었으나, 장모님 컨디션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서, 장소 변경을 했습니다.


처음에 장어를 고르고 들어가는데, 오늘을 특별한 날이니 만큼, 좀 더 튼실한 놈으로 느껴지는 접시를 선택했습니다. 고기도 잘 구워져서, 각자 접시에 고기들을 몇 점씩 건네주면서, 


제가 쌈을 하나 쌉니다. 한 번씩 가족 행사에서 밥을 먹을 때는, 제가 자주 쌈을 싸서 가족들에게 쌈을 주곤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여지없이 한 쌈을 듬뿍 싸서, 먼저 장모님께 한 점 드립니다.


"장모님, 감사합니다. 우리 안나. 예쁘게 잘 낳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이고야~하하하 고맙네."라며 답을 하십니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아내도, 이내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그다음 쌈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모님, 감사합니다. 따님 잘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멘트는 아내의 생일날만 되면, 제가 매년 장모님께 전화드려서, 하는 말입니다.


매년 하는 말이고 식상한 멘트 같지만, 와이프한테도 힘이 되는 말이고, 장모님에게도 힘이 되는 말 같아서, 생일 때면, 늘 하는 말입니다. 


식상하거나 진부할 말 일지라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말은 자주 해 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글루틴



작가의 이전글 오프라인 학원설명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