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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Nov 15. 2023

반복된 일상이 주는 안녕감

일상이 지루하십니까

오늘은 늦잠을 잤습니다. 어제 퇴근할 때, 끝내 놓고 퇴근하고 싶은 작업이 있었습니다. 끝내고 퇴근할 때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30분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잠자리에 누우니, 새벽 4시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니, 아침에 알람이 몇 번씩 울리는데도, 끄고 좀 더 잤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아침에 아들 등교하는 거 도와주기도 하는데, 오늘은 잠결에 준비하는 거 얼핏 보고 했는데, 아들한테 조금 미안한 마음까지 듭니다. 잠자리에서 조금 더 뒤척일까도 싶었지만, 어제 퇴근 전에 메모해 둔, 오늘 할 일이 생각나서 이불을 박차고 출근준비를 합니다.


아내는 둘째 딸내미 유치원 차 보내고 운동 갔다 온다고 하고, 먼저 나간 상태입니다. 저도 출근 준비를 해 봅니다. 씻기 전에 아내가 끓여 놓았다고 하는 소고깃국에 밥 한 그릇 말아서, 후루룩 뚝딱 비우고, 맛있게 잘 먹었다며, 아내에게 인증샷도 한 장 보내고, 다행이에요 라는 답장도 받고, 씻으러 갑니다.


옷 다 입고, 현관문에 분리된 쓰레기들이 있길래, 나가는 길에 버리라는 아내의 주문이겠구나. 싶어서 몇 개 들고 나옵니다. 쓰레기들을 몇 개 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나 운동 마치고 따뜻한 커피 한 잔 주문하려는데, 오빠도 한 잔 마실래요?"


쓰레기를 들고 나오면서 전화를 받아서, 전화기 받고 있는 폼이 엉성합니다. 그런 틈에도 "네~네~따뜻한 거요"


1층 도착해서 쓰레기 분리장에 가서 내려놓고 아파트 상가에 있는 착한 가격 커피가게에 갑니다. 아내가 준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가게에 들어가면서 사장님과 인사를 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아내는 어제 있었던,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씩 이야기해 줍니다.


커피를 받아 나오면서, 둘은 아이들 에피소드들을 계속 얘기하면서, 약속도 한 것도 없는데, 걷다가 운동기구 앞에 놓인 벤치에 앉습니다.


오늘따라 볕이 좋습니다.


또다시 아내는 어제 카톡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면서, 다시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제 머릿속에는 솔직히 학원 가서 할 일들이 생각나고 있는데, 아내의 이야기도 들어주면서 학원 가서 할 일들이 생각나니까, 눈치도 보입니다.


그래도 맞장구는 쳐줘야 맛이기 때문에, 눈빛 교환과 맞장구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합니다.


그렇게 아내가 어느 정도 이야기를 했는가 싶어서, 제가 일부러 엉덩이를 몇 번 들썩들썩해 보였습니다. 그랬더니, 아내도 엉덩이를 살짝 들면서 서로 말도 없이 동시에 벤치에서 일어납니다.


그러고 나서, 차 있는 쪽으로 가면서 헤어지려고 할 때, 아내에게 볼뽀뽀 한번 합니다.


"수고해요." "네 수고해요"


그러고 나서, 저는 차를 타고 출근 운전을 합니다. 어제도 같은 출근길에 올랐고 오늘도 똑같은 출근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함으로 다가오지 않고 안정감으로 느껴지는 겁니다.


1번 다음에 2번을 하고 그다음에 3번을 하게 되는 루틴이 안정감으로 느껴지면서, 그런 마음이 벅차고 마음으로 안녕감으로까지 느껴지는 것입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일상도 똑같은 하루이시겠죠. 혹시나 그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루함이라는 모습도 있겠지만, 안정감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와서 잠깐이지만 행복감을 느껴봤으면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도 행복일 수 있다.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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