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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Jul 27. 2023

기분좋은 하품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월요일 아침. 유치원가는 딸래미와 함께 출근하는데, 엘베의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데, 하품이 늘러지게 나왔다. 달았다. 잠이 조금 부족한가? 조금 피곤한가? 이런 생각을 잠깐 했지만, 평상시에 진짜 잠이 와서 하는 하품이나 지루한 일을 할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하품과는 느낌이 달랐다.


 



오늘도 여느 주가 다를바 없는, 월요일 아침이다. 학원 수업(1인 학원장)은 2시 30분부터 시작이라, 사실 출근을 오후 2시에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오늘도 일찍 일어나 준비해서, 일찍 출근한다.


더군다나, 초3아들도 학교 방학 첫 날이라 어느정도 늦장을 부리고 싶었을 지도 모르지만, 아빠랑 같이 독서한다고 아침 7시에 일어났다. 물론, 아들을 깨울때는 모닝루틴으로 10분간 마사지를 해 준다. 10분여간 몸을 마사지 해 주면, 아들의 몸이 예열된 듯, 아들의 인기척이 느껴지고, 그 때, "시완아~일어나보자" 이 정도만 얘기하면, 이제는 아들 스스로가 몸을 일으켜세운다. 오늘로써 모닝 독서가 5일차 되는 날인데, 첫날 보다는 훨씬 잘 일어나고, 그 다음 화장실가서 볼 일 보고, 세수하는 어느 정도의 루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안 그래도 어제 혹시나해서, 다시 확인차원에서 물어봤다. 

지난 주부터 아들과 아침에 독서하는 습관잡고 싶어서, 시작한 아침 독서하는 시간인데, 오늘부터 학교 방학이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고 할까 싶어서 먼저 물어봤었다.


"시완아, 내일 방학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아빠랑 책 읽을꺼야?"라고 물으니,


"응, 당연하지"라고 대답한다. 


얘가 아빠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그냥 형식적으로 얘기하는 건지 몰라서, 일단 '알겠어'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 아침에 마사지로 깨우니, 알고 있었냐는 듯이 세수하고 자기 방에 가서 읽을 책을 가져와서 소파에 앉는다. 기특했다.


 



아들이 방학이라 학교에 가지 않으니, 평소보다 좀 더 읽었다. 

아들이 책 읽다가, "오늘 학교 안 가니까 좀 더 읽을 수 있겠다"라고 하며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이 학교 갈 때는, 등교 준비 때문에 30분 정도 읽었는데, 오늘은 50분 정도 읽었다. 더 읽고 싶엇지만, 내가 운동갈 시간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끊고 운동하러 나왔다.


아들하고 한 공간에서 같은 행위를 하는 것에는 색다른 묘미가 있어서 더 읽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도 생각해야해서 끊고 나왔다. 오늘은 아들이 문 앞 배웅을 해줬다.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아파트내 헬스장에서 코어 강화 위주의 운동을 1시간 정도 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오늘은 와이프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둘때 딸래미를 유치원에 내가 데려다 주기로 했기 때문에, 좀더 서둘렀다. 운동하고 돌아와보니, 아이들이 TV를 보면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와이프는 딸래미에게 1:1로 붙어서 머리를 묶어주고 있었다. 거실로 들어오는 나를 보고 와이프는 간단하게 아침상을 봐 준다. 나도 간단하게 먹고 잘 먹었다고 얘기하고 출근 준비한다. 딸래미도 거의 준비가 다 되었다. 


그렇게 준비하고 아들과 와이프는 다음 일정 준비한다고 집에 있고, 딸래미와 나는 등원과 출근한다고 문 앞을 나오고, 서로 인사하고 문 밖을 나섰다. 그리고 엘베를 기다리니 하품이 늘어지게 나왔다. 


뭔가 월요병이라 해서 조금은 쳐져있을 월요일 아침을 좀 더 활기차게 보낸 것 같아서, 하품이 나왔나 보다. 오늘 하품은 다른 날, 여느 하품과는 맛이 달랐다.


나중에 혹시나 아들이 

"아빠, 아빠는 왜 그렇게 살아?" 라고 물어본다면,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될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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