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당신과 강아지, 그리고 나.
강아지는 4월의 새싹처럼 푸르고 생기 있다.
당신은 12월의 가지처럼 메마르고 견디고 있다.
5월 말, 낮의 햇살은 뜨겁다.
당신께 강아지의 쫄랑이는 엉덩이를 보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지 안다.
강아지가 동그란 눈에 당신을 담고 세상의 모든 기쁨을 미소로 대답하는 것도 안다.
체온이 높은 강아지는 시작부터 헉헉거리고,
당신의 마르고 휘청이는 몸은 햇살 속 발걸음을 휘적일 것이다.
더우니 한낮은 피하고, 강아지의 여름용 옷, 물통을 챙기라 말하지만
당신이 강아지 목줄을 하지 않고 나갔다 당황해서 바로 돌아온 날과
강아지 푸푸 백을 들고 가지 않아 놀라서 왔다고 울먹이며 전화했던 것을 기억한다.
새벽산책을 간다.
6시에 가자 했거늘, 잠 없는 당신과 밝음에 반응하는 강아지 덕분에 나의 아침은 점점 더 여유가 있어진다.
당신과 강아지의 매무새를 챙겨야 하니 어쩌면 좋은지도 모르겠다.
당신과 강아지, 둘이서 하던 짧은 아파트 안 산책을 벗어나 걷는다.
황금빛 찬란한 햇살, 크게 숨을 마시라 말하면 당신은 곧잘 웃으며 가득히 밝음을 담는다.
새벽을 떨쳐나가며 앞서가는 강아지는 미소에 나와 당신을 가득히 행복이라 담는다.
작년에도 했던 새벽 산책을 당신은 기억하지 못한다.
괜찮다.
나에겐 당신과 강아지와 함께하는 하루가 그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