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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저 때가 되면 순응하는 그들.

by 반하다

시월의 첫날, 여름과 다르지 않은 햇살에 칠부티가 거추장스러워 무심히 접어 올리곤 미처 챙기지 못한 선글라스가 없음에 투덜댔다.

다음 날 무섭게 찾아온 가을, 준비하지 못한 구겨진 긴팔 셔츠들을 놔두고 여름티셔츠에 얇은 겉옷을 챙겨 입었다.

“아, 춥다.”


무심히 바라본 나무는 언제부터 가을을 입고 있었는가…? 높고 푸른 하늘과 눈이 부시게 하얀 구름을 보고 왜 그저 하늘이 이쁘다는 생각만 했던가…!


아이코! 이번에도 나는 늦었다.

길가에 풀꽃에도 가을이 앉았고, 그들은 찰나에 맞추어 꼭 맞는 모습으로 놓여있다.


준비되지 못한 가을옷이 한 해를 꼬박 기다리는 것처럼, 삶이 그리 지나치지 않기를 바라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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