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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기.

그냥 지나가면 되는 건데, 그게 참 쉽지 않은 날.

by 반하다

그냥 지나가면 오늘도 잘 견뎠구나 싶지.

가끔은 견뎠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도 하지.

그런 날은 금 간 유리잔에 물이 새지 않게 잘 담아서 마신 것과 같지.


조금 참으면 좋았을걸.

한 순간의 인내가 무너지면 그다음에 오는 것들은 견디기 쉽지 않더라.


알아, 억울한 순간도 있는 걸.

왜 참고, 괜찮다고 해야 하는 거지? 란 생각이 올라와 나를 헤집어 놓으면

이제껏 괜찮다고 믿었던 우리는 와르르 꺼져버리지.

종이인형처럼 가늠할 수 없는 몸상태, 거센 바람 앞 촛불처럼 출렁대지.


손, 발을 바늘로 따서 피를 내고,

온몸을 주무르며 내 심장도 미친 듯이 요동치지.

'미친년, 조금만 참지.'

할 말 조금 한 것뿐인 나에게, 속으로 욕을 해대지.


머릿속은 119를 부르고, 응급실 이슈로 인한 걱정들로 뒤엉켜 버리지.

'제발 괜찮아져라. 괜찮아져라.'

참 많이도 아픈 당신이었는데 이런 순간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지.


조금씩 괜찮아지고 안심할 즈음,

당신도 살았고, 나도 살았으니 감사해하지.


견디기 쉽지 않은 매일이지만,

견뎌야지.

적어도 나에게 욕하지 않아도 되니까.

당신의 몸이, 나의 정신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팔랑이는 순간을 맞지 않아도 되니까.

그게, 내가 매일을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이유지.


그러고 보면,

말은 정말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거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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